[To Me] 인간다움이라는 마지막 설계도

by 오륜록


최근 화제가 된 인터뷰 속에서
일론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저축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의대에 가지 말아야 하며,
머지않아 휴머노이드가 인간보다 더 잘 수술하는 시대가 온다고.


그의 말은 언제나 그렇듯
마음을 뜨겁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불안하게 만든다.


그는 늘 시대를
적어도 10년쯤 앞서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예상한 시점이 늘 정확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던진 질문의 방향만큼은
결국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의 성취를 근거 삼아
오늘의 무모함까지 함께 응원한다.


사업을 시작하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인간은 참 대단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무지하다는 것.


손끝의 감각으로 섬세한 일을 해내고,
몸을 던져 험난한 일을 견디며,
머리를 써서 복잡한 구조를 이해한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존재.

그 자체로 이미 경이로운 생명체다.


하지만 지금,
구조적인 일은 기계가 대신하고
사고와 판단의 영역은 AI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제 남은 난제는
섬세하면서도, 몸을 쓰고,
복잡한 상황을 통합해 해결하는 일.


그래서 사람들은
휴머노이드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 믿는다.

기대와 두려움을 반씩 안은 채,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문득 생각한다.

인테리어라는 이 일은
참으로 이상한 사업이라고.

머리를 써야 하고,
현장을 알아야 하며,
사람의 감정을 읽어야 하고,
삶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기술과 감각,
논리와 공감이
모두 동시에 요구되는 일.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I와 휴머노이드가
하지 못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답은 인간다움일 것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웃을 수 있는 선택,
의도는 선명하지만
결과에는 여백이 남아 있는 결정.


하자 없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의 삶이 묻어나는 완성.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답이 아니라,
“그럴 수 있지”라고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공간.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인간미.

그리고
그 인간미를
공간에 투영하려는 나만의 철학.


아마도 그것이
내가 준비해야 할
마지막 설계도일지 모른다.


AI는 두렵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 속에서만 보던 단어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고,

곧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 삶의 문턱을 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자주 기록하려 한다.


흘러가는 기술보다 남겨지는 생각을,

앞서가는 속도보다 내가 서 있는 방향을.


5년 뒤,
AI와 휴머노이드를 활용해
주거 공간을 설계하는 비용이
혁신적으로 낮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의 장면을
작은 부담으로도 경험할 수 있는 시대.


그런 날이
조금은 더 빨리 오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 시대 속에서
나는 여전히 묻고 싶다.


이 공간은, 얼마나 인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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