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유튜브, 그리고 나
1년 중 나는 얼마나 자주 행복을 느낄까.
얼마나 집중하며 하루를 살고 있을까.
일이라는 건 참 묘하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가장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일은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 삶의 관심사과 시간투자 비율을 대충 나눠보면
일 49%, 가족 45%, 재테크 6%.
40대 가장이자 사업가인 나의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들이다.
아침은 늘 비슷하게 시작된다.
눈을 뜨고 팔굽혀펴기 100번, 물 한 잔.
양치와 면도를 하고, 아내가 현관 앞에 모아둔 재활용과 쓰레기를 들고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 다녀온 뒤 출근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신문을 읽고,
신문을 덮고 나면 일기를 쓴다.
그날의 일정과 반드시 끝내야 할 일들을 시간별로 정리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나는 꽤 체계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에게 실패는 매우 익숙하다.
몇 년째 실패하고 있는 대표적인 2가지가 바로
운동, 그리고 유튜브.
핑계는 언제나 준비돼 있다.
회사 근처 헬스장은 너무 멀고,
아침에 바로 운동하고 싶지만 단지 내 헬스장은 새벽 5시에 열지 않는다.
퇴근 후 운동은 심장이 두근거려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 ‘잠시’ 멈춘 게 벌써 오래다.
주말에 생각날 때마다 헬스장에 가보지만
꾸준함은 늘 그 자리에 없다.
그러다 최근,
집에서 흐물거리는 나를 헬스장으로 보낸 건 아내였다.
억지로 간 헬스장에서
30분 정도 기구를 들고, 스쿼트를 하고 나오니
근육통이 밀려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예전에도 여러 번 느꼈던 감각.
몸을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는 사실.
그래서 올해는 다시 건강일지를 쓰기로 했다.
과식과 과음을 얼마나 하는지 기록하고,
1년에 내가 몇 번 운동을 하는지 주 단위로 체크한다.
목표는 단순하다.
일주일에 2~3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꾸준함.
습관화하지 못한 게 하나 더 있다.
유튜브 촬영.
이쪽 핑계는 더 그럴듯하다.
릴스퀘어는 주거공간기획 전문회사다.
나는 우리가 다른 어떤 회사보다
고객을 위한 설계와 시공을 한다고 믿는다.
다른 회사가 쉽게 갖추기 어려운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고,
디자인 철학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설계, 스타일링, 가구, 디테일까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구조를 갖춘 회사라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점을 알리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효율적인 홍보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늘 내 안에 있었다.
나는 얼굴이 드러나는 일이 두려웠다.
누군가 알아볼 것만 같으면 얼굴이 먼저 달아오를 것 같았다.
이유 없는 고집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유튜브에 나온다는 건 내 내면을 전부 꺼내 놓는 일처럼 느껴졌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3년 전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 섰다.
결과는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구독자는 늘지 않았고,
동료들은 매력도 재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억지로 자연스러운 척 회사 이야기를 하는 내 모습은
나 스스로 보기에도 어색했다.
하기 싫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버티는 삶.
그건 내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와는 정반대의 방향이였다.
그래서 다시 멈췄다.
그리고 작년에도 비슷한 시도가 반복됐다.
재미없는 콘텐츠를 고치라는 요구와
하기 싫은 일을 더 잘해보려 애쓰는 나 자신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사진을 남기지 않는 사람,
내 이야기로 관심받고 싶지 않은 나에게
대표라는 이름의 브랜딩은
생각보다 훨씬 버거운 일이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내가 쓰는 글을 보여주면 어떨까.’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
내 언어로 삶과 공간을 설명하는 일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거의 빠짐없이 글을 썼다.
어떤 날은 하루에 한 편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이건 즐거웠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유튜브를 시작한다.
이제 유튜브는 외면할 수 없는 채널이 되었고,
완벽한 콘텐츠보다
꾸준히 쌓이는 콘텐츠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려 한다.
유튜브 스크립트를
‘촬영을 위한 말’이 아니라
‘글을 쓰는 일’로 생각하기로 했다.
릴스퀘어가 만든 공간의 미학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내가 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해본다.
누군가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선 멈추지 않기 위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꾸준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더 어렵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이 조용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으로 닿는 날이 오면,
그땐 나도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사람이다.
꾸준함을 재미있어하는 사람.
그러니 나에게 말한다.
2026년,
운동과 유튜브
절대 멈추지 말자.
완성도보다 먼저,
꾸준함부터 채우자.
그 다음에,
조금씩 더 멋진 콘텐츠로 나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