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름이 엄지발가락 통증에 미치는 영향

by 오늘비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인사 한번 잊은 것뿐이었다. 생방을 앞둔 간판 뉴스의 메인 아나운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끔찍한 대규모 인명 사고가 일어난 날이었으니 더욱 그럴만했다. 그날 김서연 아나운서의 인사를 받지 못한 스텝은 많았다. 메인 작가, 카메라 감독, 메이크업 담당자까지. 충격적인 사고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불안을 자극하지 않을 문장과 단어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평소처럼 인사를 건넬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서연이 인사하지 않은 것을 신경 쓰는 스텝은 없었다. 프롬프트 담당인 원담만 빼고. 원담은 서연이 실수로 깜빡한 거라고 생각했다. 곧 평소처럼 ‘안녕하세요!’하고 밝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려올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스튜디오를 나가는 순간까지도 서연은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서연을 흠모하고 존경해 온 원담에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할 수 없는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이었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최악의 반인륜적 행위였다.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다니. 못 본 척하다니. 보고도 지나치다니. 당황이 지나자 실망이 몰려왔다. 실망은 곧 증오로 바뀌었다.
원담은 지난달 같은 뉴스제작부에서 일하는 베테랑 작가 한 사람을 몰아냈다. 한 때는 존경했던 작가였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알고 추진력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살갑게 굴고 나머지 스텝들에게는 무시로 일관했다. 야비하고 무례한 인간, 하지만 필요할 때는 꼬리를 흔들며 아양을 떠는 인간. 존경했던 만큼 실망도 분노도 컸다. 사람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건 어떤 이유로도 이해받을 수,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원담의 계략에 휘말려 파렴치한 죄를 뒤집어쓰고 경찰에게 끌려가는 작가의 뒷모습을 보며 대부분의 스텝들은 샘통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장비를 정리하던 원담의 머릿속에 그 작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작가와 서연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전선 타래를 움켜 쥔 원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도 그런 거냐? 너만 잘 난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고맙고 감사하지 않아?’

원담은 손에 들고 있던 큐시트를 우악스럽게 구겨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집으로 돌아온 원담은 매고 있던 가방을 현관에 내던지듯 내려놨다. 거칠게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섰다.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창백한 형광등 불빛 아래 구질구질한 원룸의 풍경이 나타났다. 원담은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1인용 소파에 던져놨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테이블 위로 불룩 솟아오른 천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골동품 16mm 필름 영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사기는 낡고 상처 투성이었지만 잘 관리된 듯 품위 있게 반짝였다. 원담이 흰 면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영사기를 어루만졌다. 파일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영상과 달리 필름은 손으로 만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신비했다. 원담에게 16mm 영사기는 최첨단 영상 기술이 있게 해 준 선구자, 개척자, 혁신가였다. 원조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애호를 너머 존경받고 숭배받아 마땅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프레임 안에 갇힌 조각난 현실과 그 현실을 다시 움직이게 해주는 영사기에 종교처럼 매료된 원담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제법 비싼 값을 주고 이 물건을 구입했다. 원담의 쿨 거래에 판매자는 기분이라며 유럽 어느 마을을 찍은 옛날 16mm 필름 한 롤을 덤으로 줬다. 이 물건들을 쓸고 닦고 만지는 것이 원담의 유일한 즐거움이요 취미였으며 예배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것만으로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끝까지 인사를 건네지 않았던 김서연 아나운서의 만행이 떠오르자 간신히 가라앉혔던 화가 다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김서연 아나운서를 향해 그동안 품어왔던 흠모와 존경이 주머니의 큐시트처럼 모두 구겨져 쓰레기통에 처박힌 것 같았다. 오늘은 좀 더 특별한 위로의 의식이 필요했다.
원담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보관함에서 조심스럽게 낡은 필름을 꺼냈다. 그리고 영사기에 걸었다. 110v 가정용 변압기를 끌고 와 영사기 전원을 연결했다. 창쪽에 설치된 스크린을 내리고 전등 스위치를 껐다. 그리고 영사기의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필름 표면에 난 노이즈와 함께 소리 없는 거친 영상이 스크린에 가득 찼다. 필름 영사기가 돌아갈 때 나는 특유의 소리가 상처 난 원담의 가슴을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뭔가 이질적인 영상이 휙 하고 원담의 눈앞을 지나갔다. 원담이 영사기를 멈추고 조심스럽게 필름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다시 재생. 역시 같은 지점에서 이질적인 뭔가가 아주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원담이 영사기를 끄고 필름을 내려 형광등 불빛에 비춰가며 직접 살피기 시작했다. 뜻 모를 글자와 그림이 적힌 프레임이 원래 영상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실수든 의도적이든 삽입된 것 같았다. 스마트폰으로 찍어 번역해 보니 이런 메시지였다.

‘최고의 멋쟁이는 성당 앞 가게에서 모자를 사지. 솜씨가 최고지. 거기 말고 어디에서 모자를 사나. 당신도 당연히 그곳에서 사지.’

뭔가 어마어마한 것을 기대했던 원담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 시절의 팝업 광고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다니. 실소하던 원담의 얼굴이 갑작스럽게 진지해졌다. 그리고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링크를 누르던 원담이 작게 소리쳤다.

“그래! 이거야!”

애지중지하는 필름과 영사기를 정리할 생각도 잊고 스마트폰 검색 결과를 들여다보고 있던 원담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소파에 던져두었던 점퍼를 챙겨 들고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30분 후, 원담은 제가 일하는 뉴스 제작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원담은 빨려 들어갈 듯 업무용 노트북 모니터에 코를 박은 채 연신 마우스와 자판을 두드렸다. 원담 책상 위의 스탠드만 홀로 밤새도록 깨어 있었다.

PD의 사인과 함께 저녁 메인 뉴스의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뉴스의 로고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메인 아나운서인 김서연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서연은 어제 일어난 사고의 후속 소식들을 전하기 시작했다. 베테랑 진행자답게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으면서도 사무적이지 않은 절묘한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지만 서연의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위화감이 일고 있었다. 불쾌하고 불편했다. 현장 기자의 리포팅이 나가는 동안 서연은 테이블 아래 준비된 생수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기자의 리포팅이 끝나려면 아직 10초가 더 남았다.

‘방송 전에 먹은 간식이 안 좋았나?’

서연은 살며시 기지개를 켰다. 몸을 움직이자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이제 막 뉴스기 시작됐으니 어떻게든 끝까지 버텨야 했다. 현장 취재 기자의 리포트가 끝나고 서연이 다음 소식을 전할 차례였다. 정면에 설치된 프롬프트 화면을 보며 차분하게 멘트를 이어가던 서연은 갑자기 울컥 차오른 위화감에 평이한 문장을 살짝 더듬고 말았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뭔가 이상해!’

갑자기 차오른 위화감은 화선지에 먹물 스며들듯 서연의 몸 구석구석으로 펴져 들고 있었다. 현장 취재 기자의 리포트가 끝나고 다시 서연의 차례가 됐다. 다섯 개의 짧은 문장을 읽으면서 다섯 번을 더듬었다. 전에 없는 실수에 스튜디오 밖에 있던 스텝들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서연의 인이어에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서연! 괜찮아? 문제 있어?”
“잠깐 현기증이 나서 그랬어요. 이제 괜찮아요.”
“잠깐 시간 좀 벌어줄까?”
“아니에요. 계속 가요.”

스튜디오를 바라보는 창 너머에서 PD가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서연은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원고를 점검했다.

‘김서연! 정신 차려, 정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현장 취재 기자의 리포팅이 끝나고 다시 서연의 얼굴이 화면을 채웠다. 서연은 맞은편의 프롬프트 화면을 보면서 리포팅을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헉!”

주조정실에 있던 스텝뿐만 아니라 TV 앞에서 뉴스를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경악해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서연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발을 들어 올려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구두와 스타킹을 벗어던졌다. 서연의 맨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연은 급기야 자신의 맨발을 카메라 쪽으로 들이밀었다. 화려한 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서연의 발톱이 전파를 타고 전국, 아니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내성발톱을 앓고 있어 유일하게 색이 칠해지지 않은 오른쪽 엄지발가락까지 공개되고 난 이후 현장 취재 기자의 리포팅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1988년 9시 뉴스에서 벌어졌던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를 가뿐히 뛰어넘는 최악의 방송사고였다. 달려들어간 스텝들에 의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하고 있는 서연이 스튜디오 밖으로 끌려 나왔다. 서연은 끌려 나오면서도 중얼거렸다.

“보여주고 싶어, 보여줘야 돼. 내 발…. 보여줘야 돼….”

호시탐탐 서연의 자리를 노리던 반야가 때마침 제 방송을 마치고 뉴스 스튜디오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반야에게나 PD에게나 천운이었다. PD가 달려 나가 반야를 끌고 왔다. 짧은 상황 설명과 함께 무작정 스튜디오로 밀어 넣었다. 반야가 마이크와 인이어를 달고 준비를 하는 동안 원담은 프롬프트 기계와 연결된 노트북에서 지금 띄워진 원고 파일을 슬쩍 닫았다. 난리통에 이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원래 띄워져 있던 파일을 휴지통에 버린 원담은 바탕화면에 있던 다른 파일을 더블 클릭해서 기계에 띄웠다. PD의 싸인과 함께 반야의 얼굴이 화면을 채웠다. 반야는 돌발상황에 대한 사과의 멘트와 함께 능숙하게 뉴스를 진행해 나갔다. 수습된 방송 화면과 달리 SNS는 믿을 수 없는 사건과 느닷없이 공개된 서연의 발 사진으로 터져나가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사고 덕분에 사무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누구도 퇴근 따위를 꿈꿀 수 없었다. 간신히 숨 쉴 만큼의 틈만 뚫려 있던 사무실 분위기도 반야 덕분에 상황이 수습되는 쪽으로 돌아서자 조금씩 누그러졌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높은 분들이 하나 둘 사무실을 나서고 있었다. 이건 퇴근해도 좋다는 신호였다. 스텝들도 삼삼오오 모여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이틀간의 긴장을 씻어내듯 서연을 안주 삼아 잘근잘근 씹어대며 술을 들이부었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원담이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원담은 현관에 가방과 신발을 아무렇게나 던져 벗어놓고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다. 피곤한 몸뚱이를 움직여 이틀이나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아무 데나 던져버렸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원담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이틀 전 방송국으로 달려갔을 때 영사기와 필름을 치우지 않고 갔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벽을 더듬어 형광등을 켰다. 늘 그렇듯 창백한 불빛이 꼬질꼬질한 원룸을 가득 채웠다. 테이블 위의 영사기와 필름은 얌전히 그날 그 모습 그대로 놓여 있었다. 원담은 영사기에서 내려놨던 필름을 정리해 보관함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변압기에 꽂혀 있던 영사기의 전원선을 뽑아 가지런히 돌돌 말아 정리했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USB 메모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원담은 잠시 USB 메모리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김서연 아나운서를 생각했다.

‘예의를 잊으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깨달았겠지?’

원담이 현관에 던져두었던 가방에서 낡은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켰다. 바탕화면이 나타나자 테이블에 꺼내놓았던 USB 메모리를 포트에 꽂아 넣었다. 탐색창이 열렸다. 이틀 전 날짜로 된 프롬프트 파일이 들어 있었다. 원담이 그 파일을 실행했다. 서연의 발이 전파를 타던 날 띄워졌던 기사 프롬프트 파일이었다. 원담이 터치패드를 아래쪽으로 살살 굴렸다. 주르륵 흘러가던 텍스트 사이로 이질적인 화면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원담이 터치패드를 조정해 지나간 화면을 모니터에 띄웠다.

‘발을 보여줘. 너는 발을 보여주고 싶어.’

몇 번을 더 스크롤 하자 또 다른 화면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발을 보여주고 싶어 미칠 지경이야. 맨 발을 보여줘.’

원담의 손가락이 몇 번 더 움직이자 또 다른 화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맨발을 보여줘. 구두를 벗고 스타킹을 벗고 발을 꺼내. 당장!’

그 후로도 몇 개의 발을 보여주라는 메시지가 화면에서 떴다가 사라졌다. 이 화면들은 원담이 프롬프트 파일에 의도적으로 만들어 넣은 서브리미널 메시지였다. 프롬프트가 돌아가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짧게 화면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노출된 사람은 절대로 인지를 못한다. 하지만 뇌에는 각인이 된다. 마치 원담이 서비스로 받은 옛날 16mm 필름에 있던 모자 상점 광고처럼. 그래서 프롬프트를 읽는 서연은 발을 보여주라는 메시지에 지배당해 이해할 수 없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화면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원담이 노트북을 탁 소리 나게 닫아버렸다. 스마트폰을 들어 검색창에 ‘아나운서 반야’라고 입력했다. 반야에 대한 기사와 SNS 내용들이 주르륵 쏟아졌다.

‘반야 아나운서는 어떤 사람일까? 예의 바른 사람이겠지? 꼭 그랬으면 좋겠다!’

원담은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머리맡에 던져놓았다. 이제 새로운 흠모의 대상이 정해졌다. 정말 피곤한 이틀이었다. 창백한 형광등 불빛에 눈이 부셨다. 원담은 전등 스위치를 끄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도 옛정이 있는데… 어떻게 됐으려나….’

바닥에 있던 스마트폰을 주워 들어 화면을 켜고 검색창에 ‘아나운서 서연’이라고 입력했다. 예상했던 대로 온갖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다. 원담은 마음이 아팠지만 흡족했다. 검색 결과를 살피던 원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제약 업계 전문 소식지 기사였다. 전 세계로 생중계된 서연의 내성발톱 증상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자신들의 치료제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기꺼이 광고 모델로 모시겠다는 말까지 덧붙어 있었다. 원담의 아프지만 흡족했던 표정이 순간 심각해졌다가 돌아왔다.

‘어림없는 이야기지…. 암, 어림없지….’

그럴 리 없을 것 같았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원담은 매일매일 서연의 이름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발을 보여준 미친 짓은 잊혀지고 서연의 내성발톱에 대한 이야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같은 고통을 겪었거나 겪고 있던 사람들이 앞장서서 안타까움과 위로, 격려와 공감을 보내기 시작했다. 원담의 설마 하는 마음을 비웃듯 방송국에서 퇴출된 서연은 글로벌 제약사와 광고 계약을 맺었다. 최고의 아나운서에서 한순간 나락으로 처박힌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또 한 번의 역대급 반전이었다. 옥상 정원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며 검색을 하던 원담이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애처로운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이 박살 났다.
한 달 후 옥상 정원 흡연구역 너머에 있던 대형 광고판이 교체됐다. 광고판에는 서연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담겨 있었다. 서연을 모델로 영입한 글로벌 제약사 광고였다. 광고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원담이 물고 있던 담배꽁초를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비벼 껐다. 담배를 피우러 올라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서연의 얼굴과 내성발톱에 시달리는 맨발을 봐야 할 판이었다. 원담은 주머니에 들어 있던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내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이제 담배를 끊을 때가 됐다. 원담은 미련 없이 옥상 정원 흡연장과 작별하고 사무실로 내려왔다. 어쩐지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욱신 거리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 기분 탓일 거야. 기분 탓이어야지. 원담의 생각과는 반대로 엄지발가락의 통증은 점점 더 강해졌다.




* 특별히 한 줄 요약 해드림
: 메인 뉴스를 진행하던 아나운서의 맨발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오른쪽 엄지발가락의 내성발톱 때문에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아나운서는 다 커서 내성발톱을 앓고요~

샤바샤바 아이 샤바 얼마나 아팠을까요~.

* '오늘비'의 뱀발 한뼘
: 안녕… ‘좋아요를 누른다’… 하세요.

저는… ‘인친, 페친, 톡친, 벤친에게

작품 링크를 공유한다’… 오늘비입니다.

짧은 … ‘좋아요를 누른다’… 소설을 쓰는…

‘인친, 페친, 톡친, 벤친에게

작품 링크를 공유한다’ 작가….

대놓고 구걸하는 서브리미널.


* 제목 그림은 '뤼튼 AI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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