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 그렇게 됐네

by 오늘비

“바, 반장! 저, 저기!”

교실로 뛰어 들어온 체육당번이 반장 원담의 책상을 짚고 헐떡거렸다. 수학문제를 풀던 원담이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원담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볼펜으로 문제집을 톡톡 치며 체육당번을 올려다봤다.

“교실에서 뛰지 말라는 규칙 잊었어?”

냉랭한 원담의 목소리에 체육당번의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다. 목소리도 따라서 쪼그라들었다.

“아… 다음부터 조심할게… 근데… 지금 당장 봐야 할 것이 있어서….”

원담이 별일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체육당번을 쳐다봤다. 원담의 시선에 주눅이 든 체육당번이 말을 더듬었다.

“체, 체육관에서 반야가….”

반야라는 이름이 나오자 원담의 표정이 달라졌다. 원담은 들고 있던 볼펜을 문제집 사이에 끼워놓고 책상 위에 있던 연습장까지 가지런히 정리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담이 일어서자 교실 안의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원담과 반야가 당골마법학교의 주도권을 놓고 심각한 갈등상태에 있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한 때는 절친이었던 두 사람은 하늘을 날 때 무엇을 타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 충돌 이후 견원지간이 되어 완전히 등을 돌렸다. 두 달 전 점심시간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자존심 싸움이 불러온 결과였다. 점심을 먹고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신입생들의 비행 연습을 구경하고 있던 중이었다. 반야의 지나가는 말에 원담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무슨 소리야? 왜 빗자루가 아닌 다른 걸 타? 마법사라면 무조건 빗자루지!”

반야는 박박 깎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다른 걸 타 볼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밥 대신 빵이나 국수를 먹는 것처럼.”

원담이 기대고 앉았던 스탠드에서 등을 떼며 반야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살짝 비틀어진 교복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바로잡았다.

“그건 다르지. 빵이나 국수는 그냥 먹는 거지만,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건 마법사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잖아. 그걸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지. 너도 잘 알잖아. 안 그래?”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있던 반야도 몸을 일으켜 세우며 앉았다. 한쪽 귀에 걸린 귀고리가 그 바람에 달랑거렸다. 반야의 목소리도 반톤 쯤 높아졌다.

“빗자루 모양도 옛날하고 다 달라졌어. 어차피 도구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더 좋은 게 있으면 바꿔 타고 그러는 거지. 샌님처럼 꽉 막혀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래?”

교복 상의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는 원담의 목소리가 티가 날 만큼 굳어 있었다.

“내가 꽉 막힌 게 아니라 네가 멋대로 구는 거지. 세상이 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되냐? 생각 좀 하고 살아. 진짜 너도 철딱서니 없다.”

상체를 일으켜 앉아 있던 반야가 원담 쪽으로 몸을 휙 돌렸다. 그 바람에 풀어헤친 교복 상의가 깃발처럼 펄럭였다.

“뭐? 철딱서니? 너 말이 좀 심하다!”

원담이 반야를 외면하며 구시렁거렸다.

“지는…. 샌님? 꽉 막혀? 말은 네가 먼저 심했지.”

반야가 다시 스탠드에 기대고 앉으며 말에 가시를 실어 던졌다.

“야, 관둬. ‘그럴 수도 있겠네’ 한 마디면 끝날 걸, 뭘 그렇게 진지하게 굴어? 짜증 나게….”

반대로 돌아갔던 원담의 몸이 다시 반야 쪽으로 휙 돌아왔다. 꼭꼭 채워진 교복 셔츠가 팽팽하게 당겨져 터질 것 만 같았다. 원담의 목소리에도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다.

“뭐? 짜증? 나야말로 짜증 나! ‘그렇구나’ 했으면 끝났을 일을 네가 끝까지 고집 피우고, 막말까지 했잖아.”

반야가 스탠드에 기댔던 몸을 세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담을 쳐다보지도 않고 벌떡 일어나 한 마디를 던졌다.

“먼저 들어간다.”

반야는 엉덩이를 털며 본관 쪽으로 걸어갔다. 혼자 남은 원담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가득 찼다. 반야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원담도 자리에서 일어나 깔고 앉았던 파일바인더를 주워 든 후 본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원담의 머릿속에는 온통 반야와 있었던 점심시간의 일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욱했던 감정이 식고 보니 정말 별것 아닌 일이었다. 엉뚱한 상상이나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주는 원담이 늘 부러워하는 반야만의 매력이었다. 오늘도 그랬다. 반야의 말처럼 ‘그럴 수도 있겠네’ 한마디였으면 웃고 끝났을 일이었다. 원담은 제가 먼저 반야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고 반야가 있는 체육관 뒤 공터로 갔을 때 원담은 제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반야가 더러운 대걸레를 타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움찔움찔 하늘로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자식… 그냥 하는 농담이 아니었어! 진짜였어… 저런 자식하고 풀려고 했던 내가 멍청했어….’

대걸레를 타고 3미터쯤 떠오른 반야가 원담을 발견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싸늘한 시선으로 반야를 쳐다보던 원담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다급한 반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담은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그날 이후 원담은 대걸레를 타는 반야를 마법사의 품위를 훼손하는 문제아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격렬하게 비난했다. 처음에는 듣고만 있던 반야도 자신을 성토하는 대자보가 교문 앞에 나붙자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반야는 원담이 목적과 수단도 구분 못해서 빗자루에 집착하는 철부지 바른생활 도련님이라고 비꼬는 대자보를 그 옆에 붙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점차 학교 전체로 확대됐다. 학생회장, 부회장, 학급 반장, 학급 부반장 같은 학생회 임원들이 원담을 지지하고 나섰다. 규칙을 어기고 제멋대로 구는 반야를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무리들이었다. 이들은 반야를 심각한 문제아로 규정하고 반야의 주장은 교칙뿐만 아니라 마법사 세계의 법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사이비 사상이며 범죄라고 각을 세웠다. 반야를 지지하는 쪽도 만만치 않았다. 자율적으로 결성, 운영되는 동아리들이 반야의 편에 섰다. 학교의 참견과 각종 규제에 환멸을 느껴왔던 그들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들은 획일적인 질서는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비극적 종말, 파국을 가져온다며 반야의 발상전환이야말로 마법사의 지평을 넓혀줄 혁신이라고 반박했다. 원칙과 전통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들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무리가 만들어지자 긴장은 몇 배나 높아졌다. 패가 갈린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트집을 잡아 서로에게 으르렁거렸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충돌을 완화해 줄 비무장지대도 없는 아슬아슬한 대치가 그렇게 두 달째 이어지고 있었다.

반야라는 이름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던 원담이 체육당번을 앞세우고 교실 문을 나서자 서너 명의 아이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따라나섰다. 원담이 교실을 나가자 교실 한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한쪽 귀고리를 한 아이가 복도로 나와 원담 반대 방향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원담이 반야가 있는 체육관으로 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 안의 모든 아이들은 오늘이 마침내 결전의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흥분에 휩싸였다. 복도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원담은 우측통행으로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원담이 지나갈 때마다 복도에 서 있던 아이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벽과 창문으로 붙어 섰다.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단정한 복장의 아이들이 나와 대열에 차곡차곡 합류했다. 벽과 창문에 붙어선 아이들이 호기심과 불안이 가득한 눈빛으로 수군거렸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이르렀을 때는 스무 명 넘는 아이들이 원담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체육관 입구에 도착한 원담이 뒤 따라온 아이들을 훑어봤다. 모두 단정한 차림에 단정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중요한 순간일수록 매무새가 단정해야 말과 행동에 위엄이 서는 법이다. 원담은 교복 매무새를 가다듬고 무거운 체육관 문을 양손으로 열어젖혔다. 체육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을 본 원담의 표정은 더 냉랭하게 굳어버렸다.

“하아… 저, 저 미친놈들… 정말 구제불능이네!”

뒤따르던 아이들 중 하나가 원담의 어깨너머로 펼쳐진 체육관의 풍경을 보고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문이 열리자 원담을 따라왔던 아이들이 신속하고 질서 정연하게 체육관 안으로 들어와 5열 종대로 늘어섰다. 체육관 안에서는 교복 상의 단추를 모두 풀어헤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전동휠에 올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바닥을 대걸레로 닦고 있었다. 원담 일행이 들어온 것도 모르는지 제풀에 신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만 체육관 안에 가득했다. 원담이 체육관 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전동휠을 타고 질주하던 아이들 중 하나가 원담을 발견하고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가 넘어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으악!”

둔탁한 소음과 비명이 체육관 안에 울려 퍼졌다. 함께 전동휠을 타고 있던 아이들은 물론 벽 쪽에 기대앉아 그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던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멈췄다. 체육관 출입문 앞에 버티고 선 원담 일행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조용한 체육관 안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박박 깎은 머리에 한쪽 귀고리를 하고 벽에 기대앉아 있던 반야가 그대로 미끄러지듯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두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가 내리며 텀블링하듯 튀어 올라 쪼그려 앉았다.

“어디서 갑자기 고지식한 냄새가 나나 했더니, 우리 반장님이셨네. 여기까지 어쩐 일? 설마 청소 도와주러 온 거? 됐어! 그 소중한 빗자루가 아까워서 할 수 있겠어?”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반야가 놀리듯 말하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 모두가 낄낄거렸다. 원담의 뒤에 정렬해서 있던 아이들이 주먹을 움켜쥐고 움찔거렸다. 하지만 원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디 니 설익은 풋내와 썩은 내만 하겠어? 특히 그 젖은 대걸레의 썩은 내는 10킬로미터 밖에서도 맡을 수 있을 정도니까….”

원담의 말에 이번에는 반야 쪽 아이들이 발끈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반야가 손을 들어 흥분한 아이들을 제지했다. 반야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예의 바른 모범생께서 너무 심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

반야의 도발에도 원담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대꾸했다.

“예의니 규칙이니 하는 거… 사람한테나 해당되는 거지… 근본도 모르는 너희 같은 것들한테까지 해당되는 건 아닐 텐데 말이야…. 안 그래?”

원담의 말에 빙글빙글 웃던 반야의 얼굴이 굳어졌다. 반야가 원담의 얼굴을 뚫어져라 쏘아봤다. 원담도 지지 않고 시선을 받아냈다. 두 사람의 얼굴에서 묘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두 사람 주변의 공기가 큰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원담의 뒤에 정렬해 있던 아이들도, 반야의 주변에서 서거나 앉아 있던 아이들도 그 출렁거림에 떠밀려 한 발씩 뒤로 밀려났다. 곧이어 체육관 창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덜덜거리다가 멈췄다. 원담과 반야의 얼굴에 드리웠던 광채가 사라졌다. 굳었던 반야의 얼굴에 다시 빙글거리는 웃음이 돌아왔다.

“네 말마따나 근본도 모르는 것들하고 새삼스럽게 싸우려고 오지는 않았을 테고…. 이렇게 들이닥친 이유나 좀 알자고.”

원담이 바닥에 뒹굴고 있던 전동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대걸레만으로는 모자라? 저런 저급한 것까지 손을 대다니…. 잘 들어. 뭐든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무조건 하지 마. 이제까지 해온 짓들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더는 용납 못해. 한 때 친구였던 너에게 베푸는 내 마지막 친절이다.”

반야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으며 원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말을 마친 원담이 반야의 뒤쪽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는 서진을 지목했다. 원담은 최근 서진이 전동휠 동아리를 만들어 그걸 타고 학교 안을 돌아다니는 꼴사나운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걸레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히 골치가 아픈데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천박한 도구까지 등장하다니. 마법사를 도대체 어디까지 타락시키려는 걸까 싶어 손을 보려던 차에 오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너!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야. 우리 마법사들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품위 있는 존재야. 그걸 망각하고 땅에 붙어 기어 다니는 저런 물건으로 우리 자신을 모욕하지 마. 모욕은 대걸레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음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원담이 몸을 돌려 체육관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뒤에 서 있던 아이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텄다. 뒤 돌아 걷는 원담의 등으로 반야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대걸레도 되는데 전동휠이 안될 이유는 뭐야? 넌 왜 항상 빗자루만이야? 융통성 좀 부려봐, 호기심을 좀 가져보라고! 언제까지 그 뻔한 전통이니 규칙이니 하는 상자에 갇혀 있을 건데? 상자 밖에는 이렇게 많은 것들이 있는데…. 전부 다 알 수는 없어도 적어도….”

출입문을 향해 서 있던 원담이 휙 몸을 돌렸다. 순간 파도 같은 바람이 또 한 번 체육관 안을 쓸고 지나갔다. 바람은 반야와 마주했을 때보다 더 세고 거칠었다. 무방비 상태로 있던 반야가 주춤했다. 자신 때문에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아 반야를 말리려고 하던 서진은 나뭇잎처럼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빗자루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야. 우리 마법사의 정체성이고 모든 것이야. 싫증 난다고 마음대로 갈아치울 수 있는 액세서리가 아니라고! 상자에 갇혀 있다고? 그 상자가 우리를 담아서 보호하고 있다고는 생각 못하는 거야? 사방으로 구르고 흩어져서 사라지지 않도록! 그 상자가 망가지면 우리도 없는 거야. 그게 네가 말한 뻔한 전통이니 규칙이니 하는 것들을 지키려고 발버둥 치는 이유고. 이런 걸 네가 이해할 리 없지. 넌 언제나 호기심이 먼저고, 폼나는 게 먼저니까.”

또 한 번 거친 바람이 체육관 안을 가득 채웠다. 이번에는 반야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던 서진이 이번에는 반대쪽 벽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그놈의 정체성! 전통! 규칙! 우리가 지금 수백 년 전 마법사들처럼 살고 있니? 아니잖아! 지금에 맞는 새로운 방식, 생각으로 살고 있는 거잖아. 상자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야. 너야말로 이해를 못 하나 본데…. 넓히는 거야! 더 크고 단단하게! 더 많은 것이 들어갈 수 있도록!”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운 반야가 전동휠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저 물건이 새로운 미래가 될지, 그냥 우스꽝스러운 장난감이 될지 지금은 아무도 몰라. 언제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그걸 지금 어떻게 그냥 알 수 있겠어. 해보고 써봐야지! 그래야 알 수 있지! 전통과 규칙에 없어서 아무도 생각도, 시도도 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멋지게 하늘을 날고 있는 이 대걸레처럼 말이야!”

반야가 오른손을 뻗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대걸레가 날아왔다. 대걸레 자루를 움켜쥔 반야가 날쌔게 올라탔다. 동시에 체육관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그러다가 천장에 닫기 직전 방향을 틀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쏟아져내리던 반야가 바닥을 1미터도 남기지 않은 높이에서 단숨에 방향을 틀었다. 대걸레가 다시 하늘로 솟구치려는 순간 반야가 날쌔게 뛰어내려 가뿐하게 바닥에 내려섰다. 솟구치던 대걸레는 반야의 손에 잡힌 그대로 반야 옆에 지팡이처럼 우뚝 섰다. 기막힌 비행기술이었다. 반야 쪽에 서 있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원담쪽에 서 있던 아이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문만 무성했던 반야의 대걸레 비행술을 코 앞에서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감탄에도 불구하고 원담은 여전히 냉담했다.

“빗자루를 타면 누구나 부릴 수 있는 그런 기술이 우리 마법사의 미래라고? 오오 그래, 이제 알겠어. 우리 미래는 마법사가 아니라 곡예사였군. 그것도 냄새나는 대걸레를 타는. 정신 차려. 방향도 없이 착각에 빠져 무작정 달려가는 거. 그게 바로 니 문제고 한계야. 너를 따르는 놈들의 어설픔이고. 알겠어? 이 철없이 풋내 나는 것들아….”

반야가 대걸레 자루를 쥔 채 원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원담의 좌우에 서 있던 아이들이 경계태세를 취했다. 반야 뒤쪽에 제멋대로 서 있던 아이들도 긴장해서 한 곳으로 모여 섰다. 원담의 한 발 앞까지 다가온 반야가 대걸레 자루를 쥐고 있던 오른손을 내밀었다.

“고지식한 건 참아 줄 수 있어. 그런데 겁쟁이는 못 참지. 이런 이런. 네가 겁쟁이라는 말은 아니야. 아닌가? 겁쟁이가 맞나? 전통이니 규칙이니 그 딴 거 다 개나 줘버려. 사실은 무서워 숨는 거면서 핑계는…. 아니라면 이 자리에서 증명해 봐!”

원담이 차갑게 웃으며 반야가 앞으로 내민 오른손을 옆으로 밀어 치웠다.

“그 더러운 대걸레를 타면 증명이 되나? 그리고 내가 왜 네 녀석한테 증명해 보여야 하지? 풋내 나는 너희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어. 아무 의미도 없지.”

원담이 반야를 지나쳐 걸어가 바닥에 있던 전동휠 위에 오른발을 올려놨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라면 문제아의 풋내 나는 방식으로 한 번쯤 놀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너희들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 주지.”

여전히 오른손에 대걸레 자루를 움켜쥔 반야가 원담이 서 있는 자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좋아,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샌님치고는 화끈해! 좋아! 뭘 어떻게 할까?”

원담이 반야 쪽으로 발 딛고 있던 전동휠을 휙 밀었다. 전동휠에 주르륵 미끄러져 가다가 반야의 발 앞에 멈췄다.

“3일 후. 여기 체육관에서. 너랑 나 둘 중 누가 더 이 물건을 잘 다루는지 겨룬다. 그날 모인 사람들의 표를 더 많이 받은 쪽이 이긴다. 이긴 쪽이 학교에서의 모든 주도권을 갖는다. 날아다닐 때 탈 것에 대한 결정권까지 포함해서. 진 쪽은 절대복종한다.”

원담의 말에 반야가 여전히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네. 근데 괜찮겠어? 너 이런 거 타본 적도 없잖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살살할게.”

반야의 말에 원담이 싸늘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걱정도 팔자네. 살살하긴 뭘 살살해! 최선을 다 해! 그래야 간신히 내 발 뒤꿈치쯤 따라올 테니까. 누가 울게 될지는 두고 봐야지. 손수건을 여러 장 준비해야 할 거야. 크고 두꺼운 걸로.”

말을 마친 원담이 무리들을 이끌고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체육관 안에 남아 있던 아이들이 반야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한 아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이건 무조건 우리가 이기는 게임이야! 이제 학교는 우리 거라고!”

출입문 쪽을 쳐다보고 있던 반야가 쌀쌀맞게 대꾸했다.

“조용해!”

호들갑을 떨었던 아이가 움찔했다. 다른 아이들도 반야의 눈치를 살폈다.

“쟤는 한다면 하는 애야. 허세 부리는 그런 놈이 아니라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반야의 말에 호들갑을 떨었던 아이가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른 아이들도 반야의 눈치를 살피며 서로를 쳐다봤다.

“반야야.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내가 원담을 만나서 잘 말해볼게. 너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두 번씩이나 벽으로 날아갔던 서진이 허리를 부여잡고 어기적 거리며 다가와 어눌하게 말을 건넸다.

“됐어. 네가 하긴 뭘 해. 넌 빠져. 나랑 원담이랑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반야의 냉담한 반응에도 서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내가 잘 말해보면 어떻게….”

반야가 더 이상 귀찮다는 듯 서진의 말을 잘랐다.

“그만해! 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알았어?”

반야의 거듭된 냉담에 기가 눌린 서진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돌려 체육관 출입문 쪽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며 힘 없이 말했다.

“네가 이길 거야…. 난 네 편이야….”

힘 없이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서진에게 반야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어서 가라고 손을 까닥거렸다. 서진이 체육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늦게 도착한 반야 쪽 아이들이 체육관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바람에 서진이 밀려 바닥에 넘어졌다. 아이들은 넘어진 서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반야 주변으로 몰려들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바닥에 주저앉은 서진이 반야 쪽을 쳐다봤다. 반야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서진은 주섬주섬 일어나 체육관 밖으로 나왔다. 서진은 그 길로 원담이 있는 학생회 임원실로 찾아갔다. 반야가 가지 말라고 했지만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학생회 임원실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원담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서진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서는 원담과 학생회 임원들이 모여 3일 후에 벌어질 대결에 대해 상의하는 중이었다. 원담이 서진을 보고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서진은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원담을 간절히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일 전부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내가 이, 이렇게 사과할게. 그러니까 없던 일로 하고 모두 잘 지내면….”

서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담이 추궁하듯 물었다.

“반야가 보냈어? 자기 대신 나한테 빌라고?”

당황한 서진이 고개를 세게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 그냥 내가 혼자 온 거야. 내가 잘못했으니….”

원담이 또 한 번 서진의 말을 잘랐다.

“됐어. 돌아가. 네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서진이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자 제일 끝에 앉아 있던 임원 한 사람이 일어나 서진의 팔을 끌어 학생회 임원실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서진은 닫힌 문 앞에서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서진은 원담이 있던 본관 쪽과 반야가 있던 체육관 쪽을 한 번씩 쳐다보다가 주먹을 꽉 쥐고 다시 교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마침내 운명의 날이 밝았다.
대결 당일 체육관은 두 사람의 역사적인 대결을 직접 보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체육관 안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방송반에서 준비한 대형 화면으로 안쪽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체육관 가운데 원담과 반야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그 옆에 잔뜩 주눅 든 서진이 긴장한 표정으로 오늘 대결에서 사용할 전동휠을 점검하고 있었다. 서진이 손짓하자 몸집이 작은 아이들 몇 명이 달려 나와 서진과 함께 전동휠을 확인하고 가지런히 배치했다. 작업이 끝나자 서진을 도왔던 아이들이 다시 대열로 들어갔다. 서진은 제 전동휠을 틀어쥐고 대열의 맨 앞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 긴장된 표정으로 원담과 반야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방송반 최고참 아나운서가 대결의 진행을 맡았다. 학교 공식 기구인 동시에 동아리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방송반은 사태 초기부터 중립을 천명했다. 그래서 원담도 반야도 공정한 진행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진행을 맡기는데 동의했다. 진행자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대결의 규칙을 발표했다.

“대결은 총 5라운듭니다. 각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승자를 결정하죠. 승자는 박수, 함성 등 현장 반응으로 결정합니다. 당연히 더 뜨겁고 큰 쪽이 이기는 거죠. 마지막 라운드가 끝났을 때 승리한 라운드가 많은 쪽이 최종 승자가 됩니다! 두 사람 이 규칙에 동의합니까?”

진행자의 물음에 원담도 반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자가 크게 손을 휘저으며 소리쳤다.

“그럼 지금부터 제1라운드! 시작합니다. 5분간 전동휠을 타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술 펼치기! 동전 던지기로 순서를 결정합니다. 두 사람 골랐습니까? 그럼 던집니다! 원담의 선공! 반야의 후공! 원담, 준비됐습니까? 5분 스타트!”

전동휠에 올라선 원담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샌님 같은 원담을 예상했던 반야 쪽 아이들이 신기에 가까운 기술에 오히려 넋을 잃었다. 원담의 순서가 끝나자 원단 쪽이든 반야 쪽이든 가릴 것 없이 체육관이 터져나갈 듯 환호성을 쏟아냈다. 만만치 않은 기술을 선보인 반야의 실력이 무색하게 1라운드 승리는 반전의 실력을 보여준 원담에게로 돌아갔다. 이어진 2라운드에서도 두 사람의 놀라운 기술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도 실력만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1라운드를 원담에게 몰아주었다는 관객들의 심리적인 부담이 작용한 탓인지 2라운드는 승리는 반야에게 돌아갔다. 한 번씩 승패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오늘 대결의 분수령이 될 3라운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져가야 나머지 대결을 마음 편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원담과 반야는 이를 악물고 필승을 다짐했다. 3라운드는 10분 동안 상대의 퍼포먼스는 방해하고, 자신의 퍼포먼스는 완성해야 하는 미션이 부여됐다. 두 사람이 동시에 전동휠을 타고 좁은 경기장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치고받는 싸움이 되거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체육관 안팎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한 라운드씩 사이좋게 나눠가진 가운데, 오늘 대결의 하이라이트가 될 3라운드! 무척 격렬한 대결이 예상되는데요, 준비되셨습니까? 그럼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원담, 반야 두 사람이 탄 전동휠이 급가속하며 경기장 안을 달렸다. 서로의 길을 가로막고 피하기를 반복하는 동안 몇 번이나 정면충돌의 위기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노련하게 피해 갔다. 몇 번이나 구경꾼이 모여 있는 쪽을 덮칠 뻔했지만 간신히 방향을 바꾸거나 멈췄다. 서로에 대한 견제와 공격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그럴수록 위험 수위도 높아만 갔다. 동시에 구경꾼들의 흥분도 격해졌다. 원담의 휠을 넘어뜨리기 위한 반야의 공격이 빗나간 순간이었다. 반야의 발에서 빠져나온 전동휠이 구경꾼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틈을 노려 원담이 탄 전동휠이 반야의 몸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반야를 직접 공격해 쓰러뜨려 오늘의 대결을 끝내겠다는 의도였다. 원담이 자신의 몸을 직접 공격해 들어오는 것을 본 반야가 구경꾼 쪽으로 날아가는 전동휠을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몸을 날려 피하며 예비용 전동휠에 올라탔다. 그러는 동안에도 반야가 놓친 전동휠은 여전히 빙글빙글 돌면서 구경꾼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반야가 다른 전동휠에 올라타는 것을 본 원담은 반야 쪽으로 날아가고 있던 전동휠을 내팽개치고 반야와 마찬가지로 다른 전동휠로 갈아탔다. 그 덕분에 반야를 공격하던 전동휠이 주인을 잃고 반대편에 모여 있는 구경꾼들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동휠을 갈아탄 두 사람은 또다시 서로를 향해 악의에 찬 공격을 퍼붓기 위해 달려들었다. 원담과 반야의 머릿속에는 온통 서로를 쓰러뜨리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이대로 몇 초만 지나면 두 사람이 내팽개친 두 대의 전동휠이 피할 틈 없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학생들 가운데로 떨어져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 1초가 1분, 1시간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머리 숙여!”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무언가 체육관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날아오는 전동휠을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던 학생들의 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오른 그것은 반야가 날려버린 전동휠을 쳐내고 반대쪽으로 날아가 원담이 날려버린 전동휠과 부딪히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동휠 두 대가 학생들 쪽으로 날아든 것만큼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체육관 안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전동휠과 함께 바닥에 널브러진 그것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원담과 반야는 그 와중에도 서로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동휠 두 대와 함께 서진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전동휠을 타고 날아오른 것은 서진이었다. 흉기가 될 뻔했던 전동휠을 온몸으로 막아낸 것도 서진이었다. 늘 무시당하고 업신여김 당해 주눅들어 있던 바로 그 서진이었다. 체육관 안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의 눈이 바닥에 쓰러져 꿈틀대는 서진과 여전히 죽일 듯 서로를 공격하는 원담, 반야 세 사람을 번갈아 훑었다. 체육관 안은 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서진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서진의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릎을 짚고 제 자리에 선 서진은 교복 소매로 코와 입에서 흐르는 피를 스윽 닦았다. 그리고 옆에 널브러져 있던 전동휠에 올라탔다. 전동휠이 서진을 태우고 쏜살같이 날아올랐다. 서진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날아오른 전동휠의 속도 때문에 모두 뒤로 젖혀져 있었다. 서진의 외침이 조용한 체육관 안에 울려 퍼졌다.

“그만둬, 이 새끼들아! 애들이 다치잖아!”

서진은 여전히 싸움에 몰두해 있던 원담과 반야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멱살을 잡고 날아올랐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원담과 반야가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처럼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떨어졌다. 서진은 또다시 전동휠을 탄 채로 빠르게 날아서 두 사람이 타고 있던 전동휠까지 안전하게 치웠다. 바닥에 널브러진 원담과 반야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고요한 체육관 안에 반야의 씩씩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우와! 짱이다! 쟤가 우리를 구했어! 우와!”
“쟤, 쟤 누구냐? 미친, 전동휠을 타고 날았어! 대박! 대박!”
“와! 이번 판 승자는 저 전동휠이다! 빗자루, 대걸레보다 전동휠이 짱이었구만!”

홍수에 막힌 둑이 터지듯 학생들의 입에서 놀라움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3라운드의 승자 따위는 이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빗자루도, 대걸레도 아닌 전동휠을 타고 엄청난 사고를 막아내고, 안하무인으로 싸우던 두 사람을 한 방에 쓰러뜨린 서진과 그의 전동휠만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 넘어져서 멀뚱 거리던 원담이 체육관을 가득 메운 함성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조용해! 아직 3라운드 안 끝났어!”

반야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씨발, 내가 이기고 있었어! 니들도 봤지? 거의 다 이겼다고! 씨발! 다시 해! 다시!”

서진의 전동휠이 또 한 번 바람을 가르며 체육관 가운데로 날아올랐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원담과 반야가 놀라 목을 움찔했다. 서진이 탄 전동휠이 두 사람의 머리 위 허공에 멈춰 섰다. 두 사람이 또 한 번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너 당장 내려와! 내가 다음엔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지?”
“미쳤구나? 가만있으라고 하지 않았냐? 그런데도 이렇게 깝쳐?”

서진이 탄 전동휠이 눈 깜짝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가 위로 날아올랐다. 서진은 원담과 반야의 뒷덜미를 붙들고 체육관의 중간까지 날아올랐다. 서진의 손아귀 힘은 보기보다 셌다.

“둘 다 그만두라고! 애들 다칠 뻔한 거 안 보여? 니들 자존심이 그거보다 중요해? 그래?”

원담과 반야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욕을 하며 발버둥을 쳤다. 서진이 딱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니들이 그렇게 잘났어? 어디 끝까지 싸워봐. 누가 더 대단한지 보게…. 한심한 새끼들. 이 새끼들 싸우는 거 더 볼 사람 있어? 난… 갈래….”

말을 마친 서진이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뒷덜미를 잡혀 있던 원담과 반야가 체육관 바닥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서진의 전동휠이 다시 바닥으로 내려왔다. 서진은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전동휠을 탄 채로 몸을 돌려 체육관 문쪽으로 이동했다. 서진을 도왔던 아이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던 전동휠을 타고 서진의 뒤를 따랐다. 문 앞의 길이 열리면서 서진과 서진을 따르는 아이들이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체육관 문을 나서던 서진이 잠시 뒤를 돌아봤다. 서진의 입가에는 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체육관에 남은 아이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원담과 반야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에 학교를 긴장으로 몰아넣고 위험한 대결을 벌였다고. 이기적인 놈들이라고. 사람들이 다치든 말든 제 자존심만 생각하는 쓰레기들이라고. 비난을 퍼붓던 아이들이 썰물처럼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원담과 반야만 썰렁한 체육관 안에 남았다. 반야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떨어질 때 충격으로 발목을 접질린 것 같았다. 원담이 누운 채 끙끙거렸다. 다행히 어디가 부러지거나 깨진 것 같지는 않았다. 반야가 절룩거리며 원담에게 다가가 팔을 잡고 천천히 일으켰다. 원담이 힘겨운 신음을 흘리며 반야의 팔에 의지해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몰골을 살폈다. 땀에 피에 눈물에 콧물이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교복 매무새를 가다듬던 원담이 ‘쿡~’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기다렸다는 듯 박박 깎은 머리를 쓰다듬던 반야도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배를 잡고 웃어댔다. 한참을 웃던 두 사람이 찔금찔금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냈다. 원담이 반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뜨거운 물에 푹 담그고 싶다!”

반야가 절름거리며 다가와 원담의 손을 툭 쳐내고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바나나 우유는 네가 쏴라.”

원담이 대답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 하지만…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아이들이 내팽개치고 간 빗자루와 대걸레가 체육관 앞에 널브러져 있었다. 두 사람은 그것들을 피해 걸었다. 해가 긴 여름 저녁이었다.




* 특별히 한 줄 요약 해드림

: 사소한 자존심 싸움이 불러온

처절한 혈투.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호그와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토종 당골마법학교에서 벌어진

걸레 썩은내 진동하는 투쟁사.


* '오늘비'의 뱀발 한뼘

: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지?

가끔은 죽기 살기로 싸운 고래는 멸종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새우가 짱이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제목 이미지는 '뤼튼AI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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