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연속성

되돌릴 수 없음과 잘 지내는 법

by 문과체질 이과생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작은 선택부터 중요한 선택까지

모두가 하루를 선택의 순간들로 채우고

그 하루의 선택들로

인생이란 글을 써 내려간다.

그 글이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든 싫든 우리를 대변하는 글이 된다.

바쁘게 사는 와중에

번아웃이 오거나 사고를 당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생각해 볼 시간이 한 번쯤은 찾아온다.




나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처음 가졌던 장소는 군대였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돌아보게 된 장소였다.


물론 훈련소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기초 교육을 받았고

이후에 자대에 들어가서는

주특기를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러다 나의 실수나 동기들의 잘못에

연대 책임이란 이름 하에

멱살을 잡히고 폭력을 당하고

다 같이 부조리를 겪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 시간들을 견디다 보니

분대장이라는 직책을 빨리 맡게 되었고

내가 이 직책을 잘 수행했는지는

그 당시 분대원들에게 물어봐야 하지만,

분명 좋은 분대장이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나는 그 당시에 어리숙한 부분이 많았고

그렇기에 제대로 이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분대장이 된 이후에는

나에게 개인적인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내가 하는 일에 익숙해져서일 수도 있고

내가 하는 일을 분대원들이 맡아줌으로써

시간이 생긴 걸 수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생겼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토익과 전공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공부를 계속해야만 했다.

그 당시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음에

두 가지 공부를 선택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봤을 때

그것들이 정말로

내 마음에 이끌려서 한 선택

이였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던 거 같다.

내게 필요로 하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지

내가 끌려서 한 선택은 아니었다.


전공을 선택할 때에도

문과는 취업이 안 된다고 주변에서 말렸고

그래서 이과를 선택했다.

분명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수학이 어려운 학문은 아니었는데

미분, 적분, 통계학 그리고 기하와 벡터를

배우면 배울수록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그 당시 수학 수능에는

기하와 벡터까지 모든 챕터에서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에

선택이 아닌 필수로

기하와 벡터까지의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했다.

나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이 정도까지의 수학의 언어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점점 수학이 두려워졌다.

나는 분명 이과생인데

수학을 못하는 가짜 이과생이었다.

주변의 말을 듣고 간 길도

결코 꽃밭은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난 항상 이런 선택들을 반복해 왔다.


그 선택들이 나에겐

삶에 안전하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지만

틀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하지는 못했다.

그 선택들로 이루어진 게 나라는 존재이고

사람은 거기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어릴 때 본인이 주도해서

다양한 선택들을 하지 않으면

커서도 다양한 선택들에

발을 담그는 것이 두렵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도 하지 못한다.


어려움을 겪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고 시켜서 가는 길이라고

자기 위안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주변에 이야기해도

한눈팔지 말고 네가 선택한 길이니

견디고 버티라고 대부분 말한다.


주변뿐만 아니라

사회도 우리에게 네가 선택한 길이고

실패자가 되기 싫으면 견디라고

남을 밟고 올라서라고 말한다.

최종 결정은 내가 했지만

이 선택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들이 들어간다.

과연 온전히 내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내 선택들을 후회하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후회를 할 것이다.

'내가 학창 시절에 공부를 더 많이 했더라면

지금쯤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이 전제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아마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대부분은 관성에 의해, 환경에 의해

결국 처음의 선택을 고수할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나를 알아볼 시간이 적어

스스로를 고찰한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돌이켜봤을 때

적어도 나는 정해진 길로만 갔다.


사람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선택한

그 방향을 쉽사리 바꾸지 못한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했을 수도 있고

충동적으로 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그 선택을 다시금 고르게 된다.

그러니 본인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현재를 충실히 살아야 하며

변화해야 한다면,

지금부터 달라져야 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도 좋고

후회하는 것도 좋다.

인생을 살면서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고

다시 선택을 해야 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삶에서는

깨달은 것들을 하나씩 수행해 나가면 된다.


'나는 이래서 안돼.'

'그때 그랬으면 지금은 달라졌어.'

'세상은 불공평해.'


이 말들은 스스로를 다잡는 다짐이 아니다.

그저 지나간 시간들을 계속 돌아보면서

본인만 갉아먹을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의 순간들을 되돌릴 수 없고

내 잘못이 아니었던 순간들 또한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로의 남은 인생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더 길 수도 있다.

남은 그 인생을 후회 없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를 포함한 여러분들은

처절하게 그러나 행복하게

남은 인생을 잘 살길 바란다.




한 배우의 수상 소감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정세 님인데요.

진정성 넘치는 수상 소감으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일으켰고

저 또한 이 수상 소감을 보면서

혼자 울기도 하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제가 위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한 바를

부드럽게 전달하셨습니다.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사람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세상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mgWxezH7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