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져 가는 '깡' 소리를 찾아
우리 집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창문으로 내다보면 초록빛 운동장이 전부 보일 정도. 오래된 학교라 운동장도 꽤 넓은 편인 것 같다. 덕분에 근처에서 조기축구장 맛집으로 소문났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늘 축구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집에서 산 게 10년 전이었으니까 나도 저 학교에 다녔고, 나는 초등학생 시절 '야구하는 아이' 역할을 맡았었다. 축구부가 있는 학교라, 언제나 운동장을 지배하던 건 축구였다. 하나 나는 축구에 관심이 없었다. 친구 몇을 모아 구석에서 야구공을 던지고 놀았다. 축구부 훈련이 쉬는 시간에 접어들면 후다닥 뛰어 들어가 멀리 던지기 연습도 했었다. 늘 머지않아 쫓겨났지만.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운동장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초등학교 운동장의 야구는 잠시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익숙한 '깡' 소리가 들려 창 밖을 내다보니, 아이들 몇이 야구를 즐기고 있었다. 너무나 반갑게도! 알루미늄 배트로 타격하는 소리는 생각보다 더 크다. 이웃 누군가에게는 거슬리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내게는 향수를 자극하기도, '아직 야구가 살아 있구나'하는 위안을 주는 금속음이었다.
어떤 산업이든 그러하겠으나, 스포츠의 미래는 어린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커서 주축 소비층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를 꿈꾸는 학생 선수들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취미로 받아들이는 팬 유망주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딱 그런 아이였으니. 어린 시절 생긴 흥미는 평생 간다. 성인이 되어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는 것보다 더 쉽기도 하다. 우리 집 앞 운동장의 '야구 인구'는 늘 유지되어야 했다.
물론 축구에 비해 야구는 준비물도 많고 위험성도 높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야구는 제대로 즐기려면 글러브, 배트, 각종 베이스와 장비까지.. 그 와중에 규칙은 얼마나 어렵고, 공은 얼마나 작은지 툭하면 수풀 속으로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다. 혹여나 주차된 차에라도 맞는 날에는 대형 사고다. 그럼에도, 동네 야구는 그런 매력이 있다. 안 하겠다는 친구들을 하나 둘 모아 프로야구 선수가 된 마냥 집중해 펼치는 야구.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즐거움이다.
2022년 10월 말에 군대에서 전역한 이후 다섯 달이 지났다. 꽃이 폈다 졌고 날씨도 따듯해졌다. 그런데 아직 익숙한 '깡' 소리는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축구공 차는 소리도. 이제 야구는 아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가 보다. 조만간 학창 시절 친구와 캐치볼을 하기로 했다. 장소는 우리 집 앞 운동장. 그때 영업이라도 해봐야 하나 싶다. '야구 좋아해 볼 생각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