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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럽작가 Feb 27. 2020

대체 왜 작가냐고 물으신다면

뭘 쓸지도 모르면서 작가가 되고싶다니. 작가가 뭐 편의점에서 이리 저리 둘러보다 적당히 고르는 음료수인줄 아나. 




편의점에서 고르는 음료수면 마실 수나 있지. 작가라는 글자는 나에게 마실 수도 없으면서 끊임없이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 무엇이다. 




책을 좋아했고 많이 읽었으며 당연한 수순으로 글을 썼다. 글짓기 대회에 나갔다 하면 어김없이 받는 상이 좋았고 내 글을 두고 칭찬하는 소리가 좋았다. 외적 보상이 주는 동기 부여는 생각보다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나는 내 자신을 '글 잘 쓰는 사람'으로 정의했으며 이를 끊임없이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글을 그렇게나 좋아한다면서 나는 영어로 먹고 사는 직업을 택했다. 그러나 전공을 영어로 정하고 학부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나의 글쓰기로의 외도는 계속됐다.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국문과 교양 수업을 들으며 국문과생들은 어떤 글쓰기를 하나 곁눈질했다. 


간간이 글 쓸 기회가 주어졌다. 학교신문에 기고를 의뢰받기도 했고 학내에서는 매 해 대학생들의 지적 토론을 위한 글쓰기 장이 열렸으니까. 신문 기고는 거절했다. 내가 글 쓸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학내 글쓰기 대회 역시 참여하지 않았다. '학과 공부도 급한데 무슨...' 이라는 핑계로. 


나는 조금 두려웠던 것 같다. 

'신문에 내 글을 실었다가 무슨 이런 글이 신문에 올라오냐고 비난 받으면 어쩌지?'  

'대학생 글쓰기 대회라니..얼마나 대단한 이들이 나서는 것일까?'

언제나 글 잘 쓰는 사람이고 싶었던 나는 확인되지 않은 망상과 의심으로 애초에 내 글을 보여줄 기회의 싹을 잘라버렸다. 혹여나 글 못 쓰는 사람이 될까봐.


그렇게 전공을 따라 무난하게 직장을 구하고 타고난 천성으로 열심히 직장 생활에 임했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좋아했기에 일은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며 나는 내 안의 작가를 향한 열망은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했다. 간간이 직장 내 글짓기 공모등에 도전해서 상금을 받는 것이면 내 글쓰기에 대한 보상은 충분했다. 그렇게 일에 묻혀 지내다보면 어느날엔가는 문득 나에게도 그런 꿈이 있었지- 정도로 얘기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외의 복병은 육아휴직 시기에 찾아왔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일을 온전히 내려놓자 그제야 나를 좀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아이를 키우려한 것이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볼 계기가 될 줄이야. 


시작은 블로그였다. 해지난 묵은 다이어리를 정리하다 연초에 세운 목표 한 줄에 '블로그 시작하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연한 기회로 블로그 강의를 듣게 되었고 나는 홀린 것 마냥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었다. 주제는 중구난방. 일상도 적었다가 관심사도 적었다가. 책을 읽은 후에는 리뷰도 썼다.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고 '글 잘 봤어요!' 라고 얘기해 주는 게 좋았다.  


블로그에 계속 글을 적으며 나는 내가 글 쓰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제가 무엇이든 그것에 대해 줄줄이 적고 있는 내 손가락이 좋았다. 빈 화면이 글자로 가득차서 '발행' 버튼을 누를 때의 느낌이란 가히 희열에 가까웠다고 장담한다. 


글쓰기가 마냥 좋다고만 생각했다. 애초에 그것이 나의 꿈인줄도 모르고. 

쓰고 쓰고 쓰다보니 가슴 깊숙이 넣어두고 바라보지 않았던 내 꿈이 보였다. 현실과 타협하느라 밖으로 내비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나의 꿈. 작가. 나는 이제 용기를 내보려 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뭘 쓸지도 모르면서 작가라니, 작가는 뭐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줄 안다. 그런데 용기를 내기로 마음 먹은 지금, 나는 '아무나'가 아니다. 꾸준히 책을 읽어 남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것을 글로 풀어 내 생각을 이해시킬 준비가 된 '예비작가'다. 


글 쓰는 국문과생 곁눈질하지 않고, 글 못 쓰는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당당하게 이렇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뭘 쓸진 모르지만 작가는 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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