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침실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다. 그다지 좋지 않은 나의 허리 상태를 생각하면 눈을 뜸과 동시에 스트레칭을 먼저 해야 마땅하지만 오늘도 알람을 끄고 20분이나 더 자버렸다. 벌써 시계는 6시를 향하고 있다. 거실로 나가는 내 마음 속엔 도대체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탓하는 내가 가득하다.
곧장 주방으로 가서 아이들 아침을 준비한다. 준비하며 대강 나도 먹는다. 자리잡고 앉아 먹고 싶지만 이미 그 시간은 잠으로 날려버렸다. 사실 거의 먹고 싶지 않은 기분이기도 하다. 그저 조금이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으려고 애 쓸 뿐이다.
전 날 일찍 잠든 아이들은 방과 주방을 오가는 엄마의 발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다.
"엄마~ 기지개~"
기지개를 켜 달라는 아이들의 소리. 아무리 바빠도 이것만은 해 줘야 한다. 키가 조금이라도 더 자랄까 싶은 나만의 믿음이랄까. 얼른 두 아이 기지개를 쭉쭉 켜 주고 양 볼에 기계적으로 뽀뽀를 해 준 뒤 주방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의 아침이 마저 차려졌다. "여보, 난 알아서 먹을게."
일찍 출근하는 남편 식사도 함께 챙겨주고 싶지만 아이들 일로도 바빠 보이는 나에게 남편은 차마 '내 것도 챙겨달라'는 말을 못 하는 것 같다.
"여보도 좀 챙겨 먹어."
먼저 출근하는 남편에게 "잘 다녀와요" 하는데 좀 챙겨먹으라는 말이 돌아온다. 알았다고 대답은 하지만 사실 아침은 그냥 건너뛰고 싶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출근 준비를 한다. 엄마가 잠시 시야에서 사라지면 둘이서 장난치며 한껏 웃느라 밥은 뒷전이다. 적당히 먹게 두고 치우고 싶지만 하루종일 나가있는 엄마 마음이 또 그렇지가 않다.
"어서 먹고 일어나자~"
재촉의 한 마디를 보탠다. 아이들은 저 말 다음엔 점차 긴장도를 높여오는 엄마의 재촉이 있을 것을 알기에 서두르자며 말은 하지만 여전히 눈만 마주치면 킥킥거리며 웃고 있다.
사실 웃고 떠들며 여유롭게 밥을 먹게 두어도 괜찮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침공부를 하고 등교를 한다. 초등 자녀를 둔 워킹맘은 퇴근 후 저녁시간에는 도저히 심적 여유도 체력도 없어서 고심끝에 일찍 자고 아침에 공부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아침 20분은 저녁2시간의 효과를 내는 것을 경험한 뒤로는 이 시간을 꼭 사수하고 싶어진다. 그렇기에 내 입에서는 다시금 재촉이 말이 나온다. 하지만 육아서에서 본 게 있으므로 최대한 화를 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런 게 애쓰지 않고 되어야 진짜 책에서 말하는 대화법일텐데- 하는 생각과 더불어.
겨우 식사를 끝내고 두 아이도 모두 등교, 등원 준비를 마친 후 책상에 앉았다. 집에서 나갈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어서 엄마 마음은 급하지만 최대한 느긋한 척 여유를 부린다. 내가 호들갑을 떨어봐야 나만 화가 나기 때문이다.
아! 오늘도 무사히 아침 공부 시간을 겨우 확보했다. 늘 '내일은 조금 더' 를 외친다. 부질없는 외침이라도 일단 바래보기는 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오늘도 진짜 잘했다~ 자 이제 나갈까?"
짧지만 찐한 칭찬을 하고 나가기를 서두른다. 오늘은 주2회 있는 첫째의 등교일이고 둘째는 긴급돌봄으로 늘 유치원행이다. 그마저도 나의 출근 시간이 있으니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꽤나 이른 시간에 학교와 유치원에 가는 셈이다.
셋이서 잰 걸음으로 먼저 첫째 학교로 향한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학교라 다행이다. 첫째가 먼저 등교하고 다음은 둘째 차례. 유치원은 거리가 애매하니 일단 차를 탄다. 차로 유치원 앞까지 가서 둘째를 내려주고 서로 잘 다녀오자며 인사를 하고는 나는 내 차로 아이는 유치원으로 향한다.
다시 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며 "이제는 내 차례네!" 한다. 애들도 씩씩하게 갔으니 나도 씩씩하게 출근하려한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이지 안 씩씩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침 내내 바쁘고 초조했던 마음이 다 내 탓인것만 같아 속이 상한다.
'알람은 왜 맞추니?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5시 30분에만 일어나도 여유있는데 왜 늘 눈을 뜨면 5시 50분인거야?아침공부 시간이 최소 30분은 되어야지, 고작 15분, 20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운전석에 앉은 채 자꾸만 나를 혼내게 되는 아침이었다. 시동을 걸고 핸들을 돌리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