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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럽작가 Sep 03. 2020

기준은 누가 정하는데?

남편과 아들의 다툼

"으앙~엉엉!"


갑작스레 터져나오는 울음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의자를 박차고 나가본다. 잠자리에 들기 전 양치를 하던 아들과 그 옆을 지키고 선 남편. 남편 허리에 손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니 이것은 필시 둘 만의 다툼이 시작됐다는 신호이다. 


머리에 스팀이 오르는 기분이다. 40이 넘은 남편과 7살 아들의 다툼. 매번 비슷한 패턴이긴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아들의 울음소리가 날카롭다. 


 "아빠 미워!" 아들의 울분과 서운함이 가득한 목소리. 아들은 아빠를 올려다보고 아빠는 아이를 내려다보는 대치의 시간. 아...정말 머리에 스팀이 오른다.




오늘 저녁은 기대했던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밤9시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강의라서 아이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저녁 할 일을 얼른 끝내고 늦어도 8시 30분에는 자러 들어가야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평소 일찍 자는 편이나 매일매일의 변수는 존재하니 불안하다. 하지만 강의에 지각하고 싶지도 않다. 정말 기대한 강의였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렀는데도 강의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애매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아이들 저녁 양치를 부탁하고는 나는 서재로 들어온 것인데. 그 잠깐 사이에 이렇게나 다툴 일인가. 대치하고 있는 둘을 바라보자니 이젠 웃기지도 않는다.


듣고 싶었던 강의도 놓치고. 아무래도 아이보다는 남편에게 야속한 마음이 든다. 한 마디 하려는 찰나 아들이 울며 말한다.


"엄마! 아빠가 주먹으로 쾅! 때렸어!"


뭐?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평소 혼을 내더라도 손찌검이나 체벌은 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부부의 룰이다. 그런데 머리를, 그것도 주먹으로?


아들이 나에게 이르는 것을 듣고 남편이 펄쩍 뛰며 말한다. 


"아니, 주먹은 무슨! 양치하다말고 치약 거품으로 거울에 자꾸 장난치길래 하지말라고 했지. 그런데 말을 안듣잖아. 그래서 꿀밤 한 대 먹인거라고."


이 말에 아들은 더욱 큰 목소리로, "아니야, 주먹으로 쾅 때렸잖아!" 말하고는 엉엉 운다. 


아이고...이 아빠야...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만 싶다. 거울에 거품을 튕겨대면 직접 닦으라고 하거나, 그걸 못하겠으면 그만둬야 할거라고 엄포를 놓으면 될 일이지. 다짜고짜 꿀밤이라니? 아이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만도 하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먼저 우는 아들을 달랬다. 울 때는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안 들어올테니까. 울음이 잦아드는 아들에게 욕실 거울이 지저분하면 쓰는 사람들 마다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고(장담컨데 나에게 그 정도는 전혀 신경쓸 거리가 아니다.) OO이가 다 닦아서 깨끗하게 하기에 높기도 하고 크기도 크니 앞으로는 그런 장난은 하지않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며 겨우 달랬다. 아들은 여전히 아빠가 다짜고짜 화만 냈다고 줄곧 그 얘기 뿐이다. 달래서 자리에 눕히니 그대로 잠이 든다. 


줄곧 '아빠가 먼저 화를 냈다, 짜증냈다'라고 말하다 잠이 든 아들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 


"아니, 하지말라는 일은 안 해야지, 왜 계속 할까? 하지말라고 몇 번을 말해도 계속 하니까 내가 화가 나지."


아들을 달랠 때는 남편의 행동도 이해가 갔으나 오히려 이 말에는 반문하고 싶어졌다.


"하지말아야 할 일의 기준이 뭔데?" 순간 남편은 멈칫했다. 



내가 이어 말했다. "내 생각에 하지말아야 할 일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그리고 생명에 위해가 갈 정도로 위험한 것이야. 아이들이 하지말라는 말을 듣고도 왜계속 하냐고? 그야 재밌으니까. 아이들에게 할 일의 기준은 오로지 하나야. 재밌는 거. 아빠 화 돋구려고, 일부러 말 안들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래서 내가 늘 당신에게 부탁하잖아. 아이에게 뭔가를 못 하게 하려거든 그 이유를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해 주라고. 애들도 이해한다고. 뒤통수 보고 무작정 '하지마, 하지마' 소리만 반복하는 건 설명이 아니라 '아빠 곧 화낸다' 라는 신호일 뿐이야." 


늘 아들과 남편의 다툼은 소통방식의 차이 혹은 상대에 대한 이해의 부재로 일어난다. 그런 남편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아이 할 일의 기준은 아이들이 정하게 두고 우리 기준은 우리에게만 적용하자고. 


그리고 한마디 더.


"아니, 하지말라는 싸움은 안 해야지, 왜 계속 할까? 아들과 싸우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도 계속 하니까 내가 화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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