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깨나 읽은 사람이라면 사고의 확장, 표현력 증대 등 쓰는 행위가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 써 보기까지 한 사람이라면 하나의 글이 완성되는 동안 자신의 생각도 완성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나 역시 앞서 언급한 두 가지를 모두 경험했다. 쓰기의 유용성을 알고 실제로 글을 써 오고 있다.
그간 간간이 글을 썼다면 지난 2주는 매일 써보기에 도전했다. 이른바 '1일 1브런치, 쓰자쓰자!' 프로젝트! 이것을 도전이라 부르는 이유는 2가지. 하나는 직장인,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온전히 글 하나를 써 낼 시간을 찾아내야만 글쓰기가 가능했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내가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의지만으로 무엇인가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누군가에게는 짧디 짧을 2주간 매일 쓰기가 나에게는 도전으로 여겨졌다.
글은 주로 아이들이 잠들고 난 이후 밤에 썼다. 새벽시간과 밤 시간. 두 가지 옵션중에서 나는 밤 시간을 택했다. 평소 생활 패턴에 비추어 선택한 시간대이다.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잠이 몰려오는 시간이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노트북 앞에 자리잡았다. 일단 손이 키보드 위에 올라가고 나면 종일 머릿속에서 생각해보던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2주간 나를 쓰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쓰는 즐거움'이다. 비록 밤시간이라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의외로 글을 쓰려고 앉으면 졸음이나 피로가 사라졌다. 읽어줄 누군가를 기대하며 글을 쓴다는 사실 자체로 즐거웠던 것 같다. 결국 꾸준히 쓸 수 있었던 동력의 한 축은 즐거움이 담당하고 있다.
2주간 매일 쓰기를 진행하며 함께 해 온 멤버들이 있다. 이들이 꾸준한 글쓰기의 또 다른 한 축이다. 함께 하기로 약속한 멤버들이 보고 있기에 나는 매일 글을 썼다. 매일 쓰자는 모임을 주최하고서 내가 먼저 나가떨어지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실로 오랜만에 나는 있는 의지 없는 의지를 끌어모아 매일 글쓰기를 이어나간 것이다.
함께 매일 쓰기를 이어온 그들을 나는 글친구라 부르고 싶다. 글로 만나 대화한 사이. 내가 그들의 글을 읽을 때는 온 마음을 다해 읽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글마다 내용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을 뿐더러 진심이 담겨있어 다른 생각이 들 틈이 없었다. 글을 읽고난 후 적는 댓글에는 글에서 얘기한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담았다. 솔직한 진심으로 쓰는 댓글은 정말로 그들과 대화하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2주 전 금요일에 시작하여 오늘, 2주간 글쓰기가 마무리된다. 결코 짧지 않은 2주였다. 나의 생을 통틀어 초등학교 때 쓴 일기를 제외하고 이렇게 꾸준히 쓴 적이 있었나싶다. 블로그에 정보성 글을 30일 내리 쓴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것과 이번 글쓰기는 결이 다르다. 온전히 나의 생각을 담은 글을 2주간 매일 쓴 것은 어쩌면 내 생에 처음하는 경험이다.
고작 2주인데도 꾸준히 써 보니 참 신기한 일이 많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서 '맘껏 쓰겠어!' 라고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 지지부진하게 글을 써 오다 '쓰자쓰자'를 하면서 매일 글을 썼더니 노력이 가상했던 것일까. 브런치는 나의 글을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려주어 동네방네 독자들을 끌어모아 주었다. 이전에도 종종 '다음' 메인에 글이 게시된 적이 있었으나 이번 만큼 눈에 띄게 오른 것은 처음이다. 꽤 오래 메인에 글을 올려준 덕에 현재 이 글은 누적조회수 5만뷰를 바라보고 있다.
'콘서트장을 가득 메운 2만명의 인파'라는 말은 감이 오지만 글 한 편에 5만뷰라는 단어는 감도 오지 않는다. 조회수가 곧 완독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선택해서 읽어보려 했다는 사실 자체로 글 쓰는 힘이 된다. 아무도 봐 주지 않아도 글을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신이 나서 글을 쓰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읽히는 글의 재미를 알게된 것이다.
지난 2주는 쓰기가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말의 의미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쓰자쓰자'를 함께 하는 멤버 중에 이모티콘 캐릭터 계발에 도전하시는 분이 계셨다. 캐릭터가 잘 안잡힌다는 내용의 글을 읽는데 그분의 작가명과 더불어 바로 이모티콘 캐릭터가 떠올랐다. 그 생각을 곧바로 댓글에 적었고 그 분은 감사하다며 나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주셨다. 예전같으면 그런가보다..하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번뜩! 하며 스치는 아이디어를 요즘 자주 경험하고 있다. '무엇에 대해 쓸까' 에 대한 고민이 생각 근육을 강화시켜 준 것이 아닐까 싶다.
2주간 내가 즐거워서 썼고 누가 읽어주는 것이 재밌어서 썼으며 함께 하는 멤버들이 있어서 썼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갔기에 꾸준히 쓰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글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단 2주를 매일 쓴 것 뿐인데 나의 생각이 달라지고 글쓰기에 대한 의지가 달라졌다. 이렇게 두 달, 2년을 매일 쓴다면 또 어떤 일이 생길까? 궁금하니까......또 도전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