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윈디 Sep 29. 2023

프롤로그 : 예민한 사람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방법

상대적 예민한 기질이 높은 사람이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야기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대의 날들이 어느새 뉘엿뉘엿 저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크고, 작은 인생의 사건들과 수많은 희노애락을 헤쳐나가다 20대 끝자락에 매달린 사람의 이야기다. 생각보다 삶은 녹록치 않구나를 느낄 때쯤 이제는 온전히 삶을 짊어짐에 대해 되새김질하는 나이가 되었다. '인간은 왜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 살아내는 걸까?'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물음표 던져봐도 도돌이표 마냥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올해 3월, 처음 입사하여 4년을 다닌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마침표를 찍고 싶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위한 방황을 마음먹었다. 꿈과 목표를 찾지 못해 헤맸던 10년을 방황했던 결과는 왜 삶의 목적을 가지고 나아가야하는지 그 필요성을 따끔하게 깨우쳐주었고, 이제는 내가 어디에 서 있고,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 현실을 직시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무채색의 사람이었다.

"너는 꿈이 뭐야?" 

진로가 이미 결정되고, 입시와 수능을 준비해야 맞는 고3 시절

친구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가지고 싶었던 직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음 속 깊이 작가의 꿈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도 글쓰는 직업은 밥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고, 혼자 조용히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꼬깃꼬깃 접어버렸다. 아예 모든 직업에 흥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카피라이터, 광고기획자 등 관심있는 직업의 책을 뒤적거렸지만 쓸데없는 고민을 가득 안고 사는 성격과 뚜렷한 목표의 부재가 동반한 우울감으로 가득찬 머릿속은 당연시 해야할 학생의 본분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어중간한 성적과 의지박약 공부태도를 알고 있었다. 마음속에 맴도는 말을 내뱉지 못하는 것이 꼭 꽉 막힌 변기같았다. 한 번 정한 목표는 몰입하여 끝장을 봐야하는 동생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유의지 없이 학교-학원-집 반복하던 생활과 낮은 메타인지, 보수적인 행동, 수동적인 성격의 조화는 이 패턴을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마냥 그 어떤 색깔도 입어보지 못하도록 철옹성을 고집했다.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상의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엄마의 말에 따르면 나는 1시간 잠을 자고 울던 동생과 달리 3시간 통잠을 자던 아기였다고 한다. 생후 몇개월 되지 않은 아기가 기저귀에 볼일을 봤을 때, 말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으니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한다. 반면 나는 울음없이 그냥 무던하게 혼자 놀고 있었다고 한다. 이 일화를 들었을 때, '동생보다 덜 예민하고, 순한 편인가보다' 생각했는데 마냥 순한편은 아닌 것 같았다. 남들이 잘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거나 별일 아닌 일에 긴장하고,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머릿속은 근심걱정, 불안이 서로 엉켜 항상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기질에 관하여

 우리는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뱃속이란 우주에서 열 달의 시간을 거친 후, 세상과 조우하게 된다. 뱃속 24주부터 40주까진 음식의 맛을 느끼고, 외부의 소리를 들으며 빛을 인지한다고 한다. 32주차부턴 음식의 맛도 알게 되는데 엄마가 단 음식을 먹으면 양수를 빨아 들여 흡수하고, 쓴 음식을 먹으면 뱉어내기도 하며 간접적으로 내가 살아갈 세상을 알아간단다. 그렇게 우리는 유유자적, 엄마를 통해 나름 인생의 첫 자립을 준비해왔다. 동굴처럼 껌껌한 엄마 뱃 속에서 나갈준비가 되면 아기는 엄마의 몸에 신호를 보낸다. '이제 나 나갈 수 있다고. 내게 보여주고, 들려준 것들과 만나보려 한다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우렁찬 첫 샤우팅으로 만나보고 싶었던 세상에게 내 존재를 알려본다. 껌껌한 우주 속에서 그토록 궁금해했던 바깥 세상이다. 호기롭게 새로운 세상과 만난 아이들은 일률적으로 똑같은 행동과 성격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 환경 요인에 의해 각 개인의 고유한 개성을 지닌 생명체로 성장한다. 계속 울고 보채는 아이, 조용하고 행동이 느린 아이같이 말이다. 이 때, 태어나면서부터 관찰되는 정서, 운동, 자극에 대한 반응성, 혹은 자기 통제에 대한 안정적 개인차'기질'이라 일컫는다.


 기질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반응이 느린 아이. 이는 미국의 아동학자 알렉산더 토마스와 스텔라 체스가 신생아 행동을 관찰하며 1) 생물학적으로 규칙성을 나타내는지(규칙성), 2) 활동 수준이 높은지(활동 수준), 3) 새로운 자극에 민감한지(접근-회피), 4) 환경 적응력이 높은지(적응성), 5) 잘 웃는 편인지(기분), 6) 기분을 어느 정도 표현하는지(반응의 강도), 7) 자극에 어느 정도 반응하는지(반응역치), 8) 어느 정도 산만한지(주의산만성), 9) 한 가지 일을 어느 정도 지속하는지(지속성) 기질을 구성하는 9가지 요소를 발견했고, 요소들을 종합하여 3가지 기질로 나누었다고 한다. 나머지 35% 영아는 복합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보육을 공부하며 배운 '기질'에서 나는 퍼센테이지 비율이 다른 복합적인 경우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민함은 삶의 난이도를 높이되, 섬세함을 선물해주었다.

수많은 희노애락이 성장의 기폭제가 되어주듯
지금 눈 앞에 놓인 상황에서 기회의 순간을 찾을 수 있는 지혜와 용기만 있다면 
예민함이 비교적 높은 사람도 스스로에 맞게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