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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윈디 Apr 05. 2023

인생 첫 퇴사생이 들려주는 퍼스널브랜딩 구축일기 #3

< 찾았다!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나의 무대. 오프라인 모임 >

'어? 생각보다 오프라인 모임 괜찮은데? 내가 이렇게 말이 많았었나?'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오프라인 모임은 처음이었다.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듣거나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의 오프라인 강연을 주로 갔었는데 참여하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장이라니.. 하지만 소심한 내향인은 가기 전날까지 '이걸 가야 돼. 말아야 돼.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랑 말을 할 수 있을까?'걱정이 산더미였다. 어느새 모임날이 오고, 이미 나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난 뒤였다. 걱정으로 가득 담긴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약속 장소인 종로 카페 앞에 도착했다. 카페 도착 10m 전, 앞서가는 여성분을 따라서 들어갔다. 문 앞까지 가서도 '하..집에 가고 싶다.' 소리없는 아우성이 몸 속에서 춤을 췄다. 


 우연치 않게 함께 들어간 여성분과 같은 조여서 나란히 앉게 되었고, 나를 포함한 여성 3명, 남성 3명이 한 조가 되었다. 어색한 기운이 맴돌고, 미리 도착해 이야기를 나누던 남성분들이 스몰토크를 이어나가다 모임 시작과 함께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함께 들어오신 분이 자신의 MBTI를 소개할 때, 내가 좋아하는 MBTI 유형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나와 같이 들어오고, 좋아하는 성격 유형임을 알고나서 냅다 수줍은 직진고백을 한다. "저 ENFP 좋아해요..(수줍)" 상대여성분도 감사하게 반겨주셨고, 끝날 때쯤 인스타 아이디를 교환해 지금까지 SNS친구로 '좋아요'를 주고 받고 있다.


 다양한 직업과 나이, 성격 유형을 가진 분들이 참여하여 질문카드를 통해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핸드폰도 만지지 않고, 온전히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정말 값진 경험이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외적인 것(직업, 나이, 성격)은 흐려지고, 온전히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인사이트를 나누며 각자 가지고 있는 열정, 걸어온 길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 감각이 곤두서있었다. 처음 만난 이들과도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열정적으로 대화할 수 있구나. 처음으로 '대화의 즐거움' 온 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15분같은 150분이 지나갔다. 모임의 뒷풀이는 근처 음식점이었고, 외향형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어서 귀가를 택했다. 마지막 조에서 만난 분들 두 분과 같이 종로 3가역까지 같이 가다가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역 근처 카페에서 1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갔다. 또래이다보니 내향인 3명은 알차게 수다를 나누게 되었다. 한 분은 치위생사, 한 분은 의료기기 관련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두 분 다 1년차고,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신기해하며 나도 퇴사를 앞두고 있음을 알렸다. 아이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은 없지 않은지, 4년이라는 시간을 일한게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제 3자가 들려주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열심히 살았구나 조금은 인정받는 기분이어서 감사했다. 헤어지기 전,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으신지 물어봤다. 자기계발 정보 공유에 진심인 사람이라 함께 공유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니 좋다고 이야기하여 몇 번 좋은 정보를 공유해드렸다. 그 날 집에 가는 길, 에너지는 방전됐지만 뿌듯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코로나 이후 첫 오프라인 모임(이하 2022 굿바이 연말모임)을 가지고 난 후,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는 5년 전(2018년), 내가 그토록 열망하던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해보자!' 마음이 강렬하게 맴돌았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동기부여와 자기계발 계정을 팔로우하는 내 취향에 맞춰 무수히 많은 자기계발 계정들을 화면창에 띄어주기 시작했다. 나와 공통 관심사를 가진 분들과의 연결고리를 알고리즘의 세계가 무아지경으로 연결해주었고, 처음엔 보통 책과 연관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계정이 많았다. 그 중에서 피드를 몇 개 살펴보고, 마음이 동하는 분들을 선택했다. 


 '책선생(@book_teacher_)'이 한 독서모임에서 첫 강연을 한다는 스토리를 보고, 내용을 둘러보다 맙소사! 소사역 근처라니! 지하철 이동시간 16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보통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할 때는 거의 서울에서 진행하다보니 경기도민은 1시간 30분 지하철 이동시간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16분이라니..! 이건 기회다! 내가 원하는 강연뿐만 아니라 '퍼스트 브랜딩'이라는 책에 대해서 토론을 한다고? 토론은 조금 무서운데.. 내가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아..그냥 하지말까?' 걱정의 자의식이 발동해버리고 나서 하루이틀 시간이 흐르고 계속 독서모임이 아른거렸다. '그래 말 좀 못하면 어때. 그냥 경험삼아서 가보자. 이번엔 거리가 가깝다는 메리트가 있잖아.' 그렇게 다시 한 번 모임을 신청하게 된다.               


 지하철에 내 몸을 싣을 때만해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좀 더 컸다.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을씨년스러운 1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허둥지둥 네이버 지도를 보고, 찾은 더소사루프탑은 평소 보던 모임장소보다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이번에도 우연찮게 함께 도착장소 입구에서 함께 연달아 들어가게 된 분과 같은 조였고, 용기내서 인사를 나누었다. 예능프로그램 피디를 하고 있으신 분이셨고, 내가 평상시에는 만나기 힘든 직종에 계신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다른 조원분들과 간단한 스몰토크 후, '커밍쏜(@coming.sson)'님과 '책선생(@book_teacher)'님의 강연을 들었고, 두 강연의 핵심은 퍼스널브랜딩에 필요한 '페르소나', '나만의 메시지', '본질', '밀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강연을 할 때, 이야기하는 목소리의 힘에 압도당하며 점점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퍼스트 브랜딩'이라는 책과 관련된 8가지 발제문을 토대로 '자신의 관심사, 하고 있는 일, 왜 퍼스널 브랜딩이 하고 싶은지 등'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진심으로 서로를 위한 피드백과 유쾌함 속에 정신없이 4시간이 흘러갔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지적인 대화의 장이 이렇게 재미있다니..두 번째로 느끼는 즐거움이었다. 

평상시에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레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들으면서 곧잘 흥미를 잃어가는 스스로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 이야기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요즘은 어떤 이슈가 있고, 내가 이 책에서 이런 점을 느꼈었다."등 앞으로는 어떻게 지내야할 지에 대해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배워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OO이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좋아하나보다." 나처럼 시큰둥한 반응을 보게되자 점점 내 이야기를 감추게 되었다. 그런데 독서모임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어떤 부분이 고민인지 한 명 한 명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내뱉으면 들어주는 동료가 있고, 고민이 있다면 조언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 스마트폰 없이 현장 그 자체만으로 집중하게 만들고, 시간가는줄 모르게 만드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소중하고, 즐거웠으며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나도 모르게 꿀꿀했던 기분을 금새 잊게 만들어주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과 토론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회피했다면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였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극 내향형인 나는 내 감정 중 겁이 많은 감정들에게 속지 않기로 했다. 행동 전 감정이 나를 좌우하지 않도록 차곡차곡 행동 후 감정에 스며들게끔 점차 환경설정의 범위를 넓혀갔다. 게으른 완벽주의 성격으로 이것도 저것도 이루지 못하고, 회피만 했던 나는 어떻게 환경설정을 넓혀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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