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포뮬러 원 - Formula 1

by 샤토디

포뮬러(Formula)는 1950년 국제 자동차연맹이 전 세계에 난립해 있던 자동차 경주를 하나로 '규격'화 하여 통일한 것을 시초로 한다. 현재 포뮬러는 그 종류가 거의 스무 개에 달할 만큼 다양하다. 그중 최고의 포뮬러는 포뮬러 원(Formula 1, F1)이다.


시속 300km가 넘는다고 해도 멀리서 카메라로 담긴 영상을 보면 그렇게 빨라 보이진 않는다. 저게 정말 300km가 넘는다고? 할 정도로. 게다가 박진감 있게 추월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약 60여 랩을 도는 동안 비슷한 장면이 계속 반복되니 지루한 부분도 없진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자동차 경주를 직접 관람하거나 체험해 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경험의 부재이다.


한편 유럽이나 미국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일단 아주 작은 규모의 경주, 참가연령이 정해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주가 많다. 물론 아마추어 대상의 경주도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허들이 우리나라보다 낮다. 또한 휴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경주를 직접 관람하러 간다. 코앞에서 굉음을 내며 고속으로 바람을 가르는 머신을 눈앞에서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열광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1473962073.0.jpg (좌) 월드그랑프리 최다 우승자 루이스 해밀턴 (우) 2024 모나코 그랑프리 우승자 샤를 르끌레르


F1은 출전할 수 있는 팀(컨스트럭터)이 현재는 10개로 한정되어 있다. 각 팀마다 2명의 드라이버를 출전시킬 수 있는데 그중 다수는 매년 똑같은 선수들로 채워진다. 그들은 매년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기록, 성적, 계약, 인터뷰, 사생활 등등 드라이버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이 팬들의 관심 안에 둘러싸여 있다. 또한 경기 중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드라이버와 스탭 간의 여과 없는 대화는 극한의 환경에서 날이 선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누가 듣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게다가 탑플레이어가 수백 명에 달하는 다른 스포츠들과는 달리 단 스무 명의 선수들만 그 스포트라이트 안에 서게 된다. 선수 한 명이 가지는 관심의 밀도가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크다. 모든 선수에 대해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캐릭터가 형성된다. 그래서 팬심을 넘어 덕질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한 편의 드라마를 오랫동안 보고 있다 보니 팬질과 덕질 사이의 어디엔가 서 있는 것 같다. 매 그랑프리를 꼭 챙겨보고 굿즈를 구입하고 경기를 혼자 분석하고 예측도 해본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즐겁기만 하다. 우리나라에도 F1팬들이 많아져서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은 부모를 닮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