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도비만의 짝사랑과 다이어트 2

by 샤토디

전편 : 고도비만의 짝사랑과 다이어트 1

https://brunch.co.kr/@toddie/32


아르바이트생은 얼굴이 작고 동그랬다. 눈과 코, 입을 찬찬히 살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해 본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안에서부터 쿵쾅 거리는 둔탁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어떤 걸로 준비해 드릴까요?"


나는 이름이 제일 긴 메뉴를 골랐다. 아르바이트생은 차분히 메뉴를 읊더니 카드를 받고 계산을 했다. 이윽고 카드와 영수증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살이 뒤룩뒤룩 붙은 내 손과 대비되는 작고 매끈한 손이었다. 숨을 곳이 필요했다. 스스로가 하찮게 느껴졌다. 수년간 자존감은 바닥을 뚫고 들어가 점토처럼 딱딱하게 굳어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120kg은 사랑받을 자격도 없고, 사랑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순간 바뀌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살을 빼자.


나는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다.


1. 걷든 뛰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10km를 채우자

2. 하루 세 번 집밥과 학식만 먹자

3. 매일 그 카페를 가자


나는 한의원을 찾아 다이어트 한약을 지어왔다. 가격이 비쌌지만 어떠랴 내 일생일대의 기회인데.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돌아와 한약 한 첩을 물고 달리기를 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입맛이 더 돌았지만 집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과제를 하든 시험공부를 하든 아르바이트생을 보러 카페에 갔다.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이 되었다.


그녀가 출근하지 않는 목요일을 제외하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러한 루틴을 반복했다. 나는 조금씩 변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더 이상 눈치 보지 않았고 서서히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드디어 세상의 일원이 되었다. 쇼생크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이 오수관을 통과하여 빛을 본 것처럼. 어두컴컴한 터널을 완전히 지나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


3년 뒤 나는 120kg의 거구에서 70kg의 탄탄한 몸이 되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랑의 힘으로. 이제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자.


자신감을 가지고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미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되든 안되든 중요하진 않았지만 아쉬운 마음이 잔잔히 남았다. 그래도 나는 지금까지도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우물 속에 빠진 나를 건져준 사람, 내 건강과 행복을 찾아 준 사람이기에. 지금도 이따금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도비만의 짝사랑과 다이어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