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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본 사람이 더 건강하다

by 샤토디

어릴 적 엄마의 손은 항상 차가웠다. 얼음으로 조각한 손 같았다. 또 엄마는 하루 중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항상 눈을 감고 있었기에 엄마를 불러보았다. "엄마 자?" "아니" 엄마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려고 항상 불러보았다.


엄마의 병약함이 체질인 줄로만 알았다. "순이는 애가 이쁜데 비리비리해서 남자들이 챙겨준다고 줄을 섰다 아이가 나한테는 한놈도 안왔다카이" 엄마의 오래된 친구말에 엄마의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다.


엄마의 병약함이 더 심해지자 정밀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을 했다. 각종 검사를 마친 뒤 나온 결과는 선천심장기형이었다. 맑은 피와 그렇지 않은 피가 섞여버리는 바람에 몸의 모든 장기와 그 안의 세포들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이었다. 즉각 수술날짜를 잡았고 한 달간의 입원, 재활 끝에 엄마의 손은 나보다 더 따뜻해졌다.


지금은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거뜬할 만큼 활력이 넘친다. 어느 이삿날 저녁, 나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드러누웠는데 엄마는 오늘 끝내지 않으면 몇 달 동안 그대로 방치될 거라며 재촉했다. 새벽까지 지속된 정리는 겨우 끝났고 나는 몸살로 며칠 드러누웠다. 그러나 엄마는 다음날도 먼지를 닦아야 한다며 온 집안을 쓸고 닦았다. 마치 그동안 쓰지 않았던 에너지를 분출하는 듯했다.


수술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가끔 엄마가 명치가 아프다든지, 머리가 아프다든지 하면 내가 화들짝 놀란다. 혹시나 혈전이 생겼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강제로 정밀 검사를 받게끔 한다. 일찍이라도 조짐이 발견되면 다행이고, 아니면 더 다행이고. 올해도 검사를 한번 받았는데 별 이상은 없었다. 엄마는 검사 결과를 듣고 돈이 아깝다고 했다.


한번 크게 앓아본 사람은 건강에 더 신경을 쓴다. 최소한 주변 사람들이 더 신경을 쓴다. 그래서인지 "나는 평생 병치레 해본 적 없다"라고 자신하는 사람들보다 오래 사는 느낌도 있다. 언제 다시 고장 날지 모르니 살피고 또 살피는 셈이다.


그런데 마음도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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