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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와 거짓말

by 샤토디

나는 여태껏 금전사기를 세 번 당했다.


고등학교 때 소니 MD플레이어를 말도 안 되게 저렴하게 판다는 중고나라 게시글을 보고 누가 채갈까 싶어 재빨리 입금했다. MD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흥얼거릴 생각에 혼자 신나서 언제 판매자로부터 송장번호가 넘어올지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공부 안 하고 그런 거에 관심만 있다고 혼날까 봐 부모님한테도 이야기 못하고 바보같이 어물쩍 흘려보냈다.


두 번째는 mp3플레이어였다. 역시 사기의 온상 중고나라. 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첫 번째 사기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기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로 찾아가 진정서를 제출했다. 범인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고 어머니가 찾아와 무릎을 꿇는 바람에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는 나도 착했던 것 같다.)


세 번째는 아이패드였다. 나는 이미 두 번째 사기에서 범인을 잡았다는 자신감에 느긋한 마음으로 진정서를 작성하고 시간을 보냈으며, 결국 범인을 잡아 잃어버린 돈을 전부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사기피해로 인한 엄청난 피로감에 중고나라와는 이별을 고했다.


내 사례와 같이 내국인에 의한 일반적 금전사기라면 시간이 한참 걸리더라도 보통은 범인이 잡히기 마련이다. 잃어버린 돈을 고스란히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금전사기가 사기 중에서 가장 점잖은 편이라 생각한다. (최소 내가 겪은 금전사기에 한해서)


사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고의로 사실을 속여서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범죄행위이다."라고 되어있다. 생각보다 의미가 광범위하다. 결과에 관계없이 내가 누군가에게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도 사기라는 의미다. 정말 믿었던 누군가가 나에게 거짓을 고했다면 돈을 잃게 되는 것보다 더 뼈아프다.


아이패드 사건 이후 금전사기를 당해본 적은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짓말에 의한 배신의 경험은 더 많이 겪는 것 같다. 보통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깨닫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믿었던 사람에 의한 사기는 더욱 그렇다. 믿었던 사람도 그저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며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아픈 건 달라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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