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넘기다 보면 알고리즘이 관심 있을법한 게시물을 툭툭 던져준다. 차에 관심이 많다면 자동차 관련 릴스나 게시물을, 뷰티에 관심이 많다면 미용, 화장법, 스타일링등에 관한 릴스나 게시물을 보여주는 등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요즘 잘 나가는 SNS는 사용자의 관심에 당사자보다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이따금 자주 방문하는 홈페이지에 성인물이 자꾸 뜬다고 읍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 주변 사람들은 '당신이 성인물을 자꾸 검색하니까 뜨는 거예요' 라며 그 사람을 부끄럽게 만든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우리가 온라인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알고리즘이 만들어 준 견고한 성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성을 바꿔보겠다고 엉뚱한 단어를 검색창에 마구 집어넣어도 일시적인 변화만 있을 뿐, 결국 알고리즘은 나의 속마음을 낱낱이 공개해 버린다. '사실은 이게 네가 정말 좋아하는 거지?' 라며.
처음 구글 애드센스에서 소비자의 관심사에 따라 광고를 골라주는 큐레이팅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저게 가능하냐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사생활이 빅테크 기업의 서버에 차곡차곡 쌓이며 빅테크 기업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빅테크 기업에 저항하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될 대로 되라며 검색창에 관심 있는 것들을 검색하고 이 (광고를 포함한) 게시물을 보세요, (광고를 포함한 것 같은) 릴스를 보세요, (몰래 광고를 숨겨놓은) 쇼츠를 보세요!라는 알고리즘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으니까.
내가 인스타그램 앱을 열면 가장 자주 띄는 게시물은 단연코 음식점 후기 또는 음식점 광고 영상이다.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메뉴들을 광고를 위해 맛깔나고 풍성하게 포장하여 찍고, 실제 후기와는 다르게 내레이션은 세상 이렇게 맛있는 음식점은 또 없을 거라고 호들갑을 떤다. 맛있어봤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즐겨찾기 버튼을 꾹 누른다. 네이버 지도에는 상호를 검색하여 꼭 가야 할 장소로 지정한다. '여긴 꼭 가야 해.'
그러나 그렇게 즐겨찾기로 지정한 곳에 실제 방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저 음식이 정말 먹음직스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지금 안 가면 손해!라는 강박만 전달되는 것 같다. 머릿속에선 여기도 가야 되고 저기도 가야 된다며 한아름 과제만 잔뜩 던져주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결코 주지 않는다. 넌 그냥 따라만 와. 내가 그려준 대로. 알고리즘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넌 수분크림만 바르니? 에센스는 기본이고, 써마지 울쎄라도 받아야 되고, 이번에 나온 신제품도 써 봐야 되고, 아, 이번에 새로 론칭한 브랜드도 한 번 입어봐야지? 그리고 여기 요즘 핫한 마라탕후루집인데 애인이랑 가서 사진찍고 인스타에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요도 눌러주고 얼마나 좋은 삶이야? 알고리즘이 또 말한다.
이런 것들이 정말 좋은 것인지 좋아 보이는 것인지 혹은 내가 모르는 나의 취향을 일깨워 준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