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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by 샤토디

새로운 일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내가 안 하더라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나의 일상도 크게 바뀌진 않는다. 그저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며, 그저 지루한 느낌만 이어진다.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고 유튜브를 보면서 권태를 조금 달래면 오늘의 고민은 내일로 미룰 수 있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오늘과 똑같은 고민만을 반복할 것이다. 용기는 내면 좋고 안내면 그만이다. 그저 내 일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던 일을 안 하려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하던 일을 안 하게 된다면 세상엔 무엇인가 약간의 삐그덕 거림이 생길 수 있다. 보통은 세상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기에, 가령 먹고사는 일로 세상에 일조하고 있다면 그와 연관된 움직임은 작든 크든 영향을 받게 된다. 나만 어떻게 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도 적잖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것은 주변인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용기는 언제 필요할까? 보통은 결정을 내리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결정만 내리면 술술 풀릴 것 같다. 그래서 네가 마음만 먹으면 다 변할 거야 라는 말은 참으로 편리하게 들린다. 변화가 없다면 네가 진짜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라 손가락질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살면서 경험해 보니 주변에 내 결심을 말할 때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더 이상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 너의 일상도 약간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통보하는 순간. 너의 주변에 파문이 크고 작게 일고 그것이 다시 나를 덮칠 수도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지, 또는 냉정하게 내쳐야 할지. 나의 태도 역시 끝맺음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손에 쥔 것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는 게 편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물건이든 일이든 관계든 나와의 거리를 둘 때, 그리고 그것을 공표할 순간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젠 항상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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