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타벅스 e-프리퀀시

by 샤토디

스타벅스에서는 매년 겨울마다 일반음료 14잔에 프로모션음료 3잔을 구매하면 다이어리를 포함한 각종 굿즈를 증정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모으려고 작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퇴근길에 커피를 한잔씩 마시다 보면 어느 틈에 굿즈들이 하나씩 손에 쥐어진다.


크리스마스 음료 및 블렌더의 홍보 일환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굿즈를 위한 크리스마스 음료 프로모션으로 바뀐 듯하다. 크리스마스 음료 몇 잔을 드시면 굿즈를 드려요! 가 아니라 굿즈를 받고 싶으시다면 크리스마스 음료를 드세요!로 말이다.


몇 년 전에 중국 큰 손들이 스타벅스 굿즈만을 위해 한국으로 입국하기도 했다. 음료를 수백 잔 결제하여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굿즈만 챙겨가는 경탄(?)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프리퀀시 쿠폰 하나가 돈이 되는지라 중고나라나 당근에서는 500원에서 1000원 사이에 거래되기도 한다. 알차게 모으면 10000원에 굿즈를 하나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굿즈 수집이 사재기로 멍들다 보니 스타벅스에서도 프리퀀시 쿠폰 거래를 보다 엄격히 제한하고, 굿즈교환도 수량과 일정에 맞추어 예약을 해야 하는 듯 나름대로의 대안을 마련한 듯싶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오픈런을 위한 매장앞의 장사진도 없다. 그저 예약날짜에 지정매장을 방문하여 어플을 통해 쿠폰을 보여주기만 하면 가볍게 교환받을 수 있게 변한 듯싶다.


스타벅스 어플이 없던 시절에는 스탬프를 붙일 수 있는 작은 명함사이즈의 종이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프리퀀시 증정 시즌이 돌입하면 처음 음료 구매 시 이 종이를 받을 수 있었다. 종이에는 14칸의 일반음료 칸, 3칸의 프로모션음료 칸이 있었고 각 음료를 주문할 때마다 매니저는 손님에게 그에 맞는 스탬프를 증정하였다. 그 당시 스타벅스 매니저들이 스탬프를 몰래 빼돌려 굿즈를 싹쓸이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했으니 이 때도 굿즈의 인기는 어마어마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단골 매장에서 한 아르바이트생이 다른 손님들이 받지 않으신 것들 모은 거라며 스타벅스 스티커를 몇 개 내 손에 쥐어준 적이 있었다. 덕분에 커피를 한잔만 마셨을 뿐인데 굿즈를 하나 받을 수 있었고, 진짜 단골만을 위한 이벤트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소소한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같아서는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겠으나 2000년대인데 뭘. 하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인 오늘 나는 예약한 굿즈를 받으러 간다. 가서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와야지.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