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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있는 것과 되돌릴 수 없는 것

by 샤토디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연휴를 즐기러 도심에 나온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여 적당히 조용한 카페를 찾기가 마뜩잖았다. 서점의 향취가 채 가시지 않은 책을 사들고 곧바로 손 때를 묻히려 드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을 터, 들어가려는 카페마다 장사진을 이루었다. 멀리 테라로사로 갈까 하다가 광화문역 사거리의 커피빈에 자리 잡았다.


따끈한 책을 한 줄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중 쨍그랑 소리가 났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데 모여 웅웅 거리는 낮은 소음이 깔린 허공 한가운데를 날카롭게 찌르는 깔끔하고 명료한 소리가 귀를 찔렀다. 순간의 적막이 있었으나 모두들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지 다시금 바지런히 소음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깨진 머그컵을 빗자루로 쓸어 담는 소리가 들렸다. 사기조각들이 바닥을 쓸며 스윽스윽하는 소리를 냈다. 머그컵을 깬 직원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스윽스윽. 산산조각이 난 머그컵은 어떻게 될까.


카페 바닥을 현미경으로 살피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조각까지 하나하나 모은 다음, AI에게 이 조각들을 다시 온전한 유리컵으로 만들 수 있도록 설계를 해달라고 하고, 시계공에게 이 설계대로 다시금 복원시켜 달라고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면 어찌어찌 대충 원상복구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망상을 하던 중 정말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5년 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 사람들에게 뱉었던 말을 다시 주워 담는 것. 순수했던 때로 돌아가는 것.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견고하게 얽혀있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시간을 누군가가 뒤로 잡아끌지 않는 이상, 이 모든 것은 상상 속의 영역, 바람의 영역이다.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이에 누군가는 후회를 하고 누군가는 기적을 바란다.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하여. 그런데 아쉽게도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후회하지 않도록 일을 실행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는 것. 시간축이 거꾸로 돌아가길 바라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것뿐인 것 같다. 누군가는 그렇게 고민만 해서 니 인생이 망하는 거야 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빨리 많은 실패를 하라고 재촉한다. 한 번뿐인 짧은 인생 그러한 것 같다. 그런데 후회는 앞으로 살아갈 시간축 위에 내 앞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비키라고 손으로 앞을 헤집어도 잠깐 사라질지언정 안개처럼 뿌옇게 남아 있다.


사람들마다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들은 못 고치는 불치병이다. 그냥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생기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두고 삐져나오지 않도록 한번씩 도닥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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