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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by 샤토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에 있는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작가의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에 눈에 띄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고상함을 몸에 두르고 있었으나 거만하지 않고 다정하여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친구들은 그가 훗날 훌륭한 고위 공직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당대 명망 있는 외교관인 메테르니히 후작의 이름을 빌려 그를 '메테르니히'라고 불렀다.


어느 날 메테르니히는 등교를 하지 않았다. 이윽고 친구들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메테르니히의 아버지가 전날 저녁에 엄청난 규모의 사기혐의로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메테르니히의 가족들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신문사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메테르니히는 분명 창피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메테르니히는 2주간 친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3주째에 접어든 어느 날 아침, 메테르니히는 조용히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애써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푹 숙이거나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친구들도 어찌할 바 모른 채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메테르니히는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친구들은 상황을 바로잡을 방법을 생각했으나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 이튿날부터 메테르니히는 등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뒤늦게 메테르니히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날 메테르니히는 자기 어머니에게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은 더 이상 메테르니히를 볼 수 없었다. 메테르니히를 저버리고 만 것은 공감 부족이나 무관심, 못된 의도가 아니었다. 친구가 가장 필요할 때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한 용기부족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 다수는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만 있을 뿐 직접 나서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채더라도 내 코가 석자라는 생각에 애써 도움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었고 괜히 말을 꺼냈다가 상대방이 난처할 것 같다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좋은 방향으로 그들에게 더 이상 도움이 필요 없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되려 왜 도와달라고 말을 하지 않았냐며 되려 화를 낸다. 뻔히 다 알고 있었으면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은 내 코를 베어가지 않는다. 그저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겐 큰 위안을 줄 수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괜찮냐고 먼저 물어보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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