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면 배가 많이 고프다. 적게 먹어야지 했다가 선반에 라면을 보기라도 한다면 있으면 고민하게 된다.
끓일까 말까.
배가 고픈 건 아닌데, 뭔가 허전하다.
라면으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라는 건 이미 여러 번 겪어봤는데도, 또 고민하게 된다.
결국 끓이지 않았다.
별일 아닌 선택이었는데,
괜히 뿌듯했다.
사람들이 의지력이라고 부르는 건 대단한 결심보다는
이런 사소한 장면에서 조용히 결정되는 것 같다.
뭔가를 크게 이뤄낸 느낌은 없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그때는 그래도 안 했었지’ 하고 떠오를 때
그게 나를 조금 다르게 만들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의지라는 건
크게 드러나지도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지만,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무 일도 없던 날의 작은 선택이
가끔, 꽤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