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정치인이 60세가 넘으면 뇌가 썩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 연령에 따른 정당 지지율이 다르다 보니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에서 그런 말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함의야 어찌 됐든 표현이 지나치게 과격했기에 당사자도 그 말에 대해 사과를 했고, 60세가 넘은 불특정 다수는 사과를 받아들였을 수도, 아닐 수도 있겠다. 당시에 그 정치인에게 들어온 말은 '너는 60세가 되면 어떻게 되나 보자.'였다. 그리고 현재 60이 훌쩍 넘은 그분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다.
유명 정치인이 그렇게 말을 했기에 그 말은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정치 세력으로 대립된 세대의 갈등이 직접적으로 표출된 아주 단적이고 (내 기억으로는) 극적인 발언이었기에 또 다른 관점에선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60세가 넘으면 뇌가 썩는다는 말 정도야 귀엽게 넘어가는 것 같다. 서로를 향한 멸칭이 난무하는 무한 대결의 시대가 온 것 같다.
나이 든 사람에 대해 미지의 거리감이 자연스레 몸에 배다 보니 시민 의식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한 사람의 과오를 나이 든 사람 전체의 과오로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못 볼 사람이라 생각하며 편견을 부수는 쪽보다는 편견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의식이 스멀스멀 걸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
한때는 나이 든 사람들을 거칠게 일반화하고, 거리감을 두던 내가, 이제는 그 나이를 살아내고 있다. 살아본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고, 때로는 고단하다. 쉽게 비난했던 것들이 실은 쉽지 않은 삶의 결과라는 걸, 몸으로 알아간다.
누군가의 실수, 누군가의 무거운 말, 누군가의 느림을 보면서, 이제는 쉽게 재단하지 않는다. 그 안에 녹아 있는 시간과 사연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나이 듦은, 생각보다 더디지만 확실하게 사람을 바꾼다. 급하게 판단하기보다 한 번 더 돌아보게 하고, 옳고 그름을 나누기보다 그 안에 머무르게 한다.
결국 나이가 든다는 건,
서로를 향한 거리감 대신 이해의 틈을 조금씩 넓혀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