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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름돈 몇 백 원

by 샤토디

아침은 언제나 촉박하다. 특히 출근길의 시간은 그저 '흐른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분 단위로 쪼개진 시한폭탄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 아침이었다.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까지도, 나는 이미 늦은 하루를 만회하고자 마음에 반쯤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예고 없는 정체가 내 앞에 놓였다.


버스에 오른 한 외국인 승객이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했는데, 문제는 동전을 거슬러주는 기계가 고장이었던 것이다. 기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몇 번이고 기계의 버튼을 눌러보고, 시동을 껐다 켜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정류장에 멈출 때마다 똑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다. 버튼을 누르고, 시동을 끄고, 켜고, 다시 기계를 두드렸다. 버스에 올라탄 승객들은 버스카드를 태그 하는 단말기가 온전히 작동되기까지 기다렸다.


버스 안은 점점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찼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리라. '도대체 얼마를 거슬러주겠다고 이 많은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것인가?'


나는 창밖을 보며 속으로 연신 시계를 확인했다. 발끝에선 저릿저릿한 조급함이 올라왔다. 시간이 지체될 때마다, 아침에 얼른 해야 할 일들이 하나둘 물거품처럼 몽글몽글 솟아 올랐다.


결국, 몇 정거장이나 지나서야 기사님은 자신의 주머니를 뒤졌다. 주섬주섬 몇백 원짜리 동전을 꺼내 외국인 손님에게 건넸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우리가 멈춰 서 있던 이유가 고작 몇백 원 때문이었다는 것을.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몇백 원을 위해 아침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인가. 그 돈의 가치와 우리가 허비한 시간의 가치는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나는 괜히 투덜대고 싶어졌다. 조금만 융통성 있게 넘어갔으면 좋았는데.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면서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기사님은 그 몇백 원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작은 돈일지라도 손님에게 정확히 거슬러주는 것이, 그에게는 하루의 시작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하찮게 느껴지는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켜야 할 신념일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을 대충 넘겨왔던가. 일이 많고, 시간이 없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때로는 작은 실수쯤 애써 외면하며, 때로는 서두르느라 중요한 것을 흘려보내며. 내 하루는 과연 얼마짜리였을까. 단지 급하다는 이유로 잃어버린 것들이 떠올랐다.


버스 기사의 행동은 비효율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정도(正道)이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나도 그렇게 내 하루를, 내 삶을 대할 수 있을까.


오늘 아침, 몇백 원 때문에 멈췄던 버스 안에서 나는 아주 잠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짧은 정체 속에 담긴 무게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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