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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Nov 15. 2019

매미

한 시대를 풍미하던 존재가 간다.


그대의 포효는 대단했고
그대 덕에 아침마다 몸서리치며 깨어났으니
짧은 생, 충분한 증명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허물을 벗고
성마른 날갯짓으로 가을을 독촉해대더니
이리 서두르는가


갈 때 가더라도 발톱 세워 더 붙들고 매달리라.
껍데기라도 남아 여름을 붙들어라.
기온 1도 내려갈 때마다

팔소매는 한치씩 늘어가고 늙은 어미의 살갗은 시리고 저리니
조금 더 아우성치며 울어재껴라



매미가 가듯이 가고 싶다. 딱 매미처럼.

그런 복이 없겠지. 생의 기간 동안 미친 듯이 울어대며 삶의 이유를 다하고 한순간 발화하듯 껍데기만 두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갈 때 가더라도 매미처럼 발톱 세워 끝까지 발악하리라, 내 본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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