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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Nov 15. 2019

프레드릭을 내버려 둬

뭐 하는 사람이냐고요? 

뭐 하는 건 없는데 뭔가 좋아하며 살아요. 


나는 햇빛 사이로 반짝이는 먼지를 좋아해요. 뭔가 특별하거든요. 

나는 번개가 번쩍 하고 난 후, 천둥소리가 나기 직전의 적막한 시간이 짜릿해요. 곧 천둥이 오니까요. 

나는 밤나무에서 밤 떨어지는 소리를 좋아해요. 툭, 하고 나면 떼구르르르르 밤이 굴러오니까요. 

나는 살얼음이 낀 물 웅덩이를 막대기로 톡톡 치는 걸 좋아해요. 사사삭 부서지는 얼음이 슬러시 같거든요. 

나는 세상이 내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해요. 내가 가만히 있어야만 들리거든요. 

나는 개미랑 노는 걸 좋아해요. 이리로 가, 아니 왜 거길 넘어 다녀, 응 친구가 왔네, 끊임없이 일이 생기거든요. 

어제는 바람 따라 누운 나무를 봤어요. 아니, 누운 나무를 따라 바람이 흘러가는 거요. 

당신은요, 뭘 좋아해요?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안 궁금해요. 당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그게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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