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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Jun 15. 2020

고스톱 치다가


아버님과 어머님은 세상 부모님이 대체로 그렇듯이 큰 문제는 없지만 서로에게 다감하지 않은 사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내게는 세상 다정한 분들인데, 두 분이 대화를 시작하면 당장이라도 싸울 듯이 말씀하신다. 그럴 때마다 어머님은 수시로 치, 흥, 피, 하면서 콧방귀를 뀌신다. 어머님 감정 표출이 독특하다고만 생각했다.


어느 날 식구끼리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어머님이 고스톱을 엄청 좋아하시는 반면에 아버님은 고스톱 치는 것을 싫어라 하셨다. 그날도 아버님은 거실에 앉은 가족들을 내려다보며 구시렁구시렁 하셨다. 어머님은 또 치, 흥, 하면서 콧방귀를 뀌셨다. 형님이 옆에서 깔깔 웃어댔다. 나는 형님이 너무 과하게 반응하신다고 생각했다. 어머님이 다시 치, 흥, 하면서 피는 내 거다! 화투짝을 내려치셨다.

아버님은 에잇, 하고 성을 내시면서 방으로 들어가셨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머리에 불이 들어온 듯 번뜩 깨달았다. 벌떡 일어나 깔깔대고 웃었다. 시아버님 성함이 치자 흥자 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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