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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Jul 08. 2020

자신에게 이르는 길

고2 아들을 둔 친구가 말했다.
아들이 성적밖에 길이 없다는 사실에 지쳐있다고.
안쓰러운 친구는 아들에게 공부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란다, 뭐 이런 말을 했는데,
그럼 엄마는 공부 말고 뭐가 있다고 생각해?라고 묻더란다.
엄마 세대는 좋은 시절이었잖아,라고 보태면서.
친구는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해줄 게 없어서 씁쓸했단다. 인생에 대한 성찰을 이제야 하고 있다면서.

아이가 어릴 때는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씨앗이 무엇으로 클지 아무도 모르지만 또는 결국 아무것도 뿌리내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씨앗을 뿌리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것마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니, 사실은 내가 뿌린 씨앗이 제대로 자라는 조건을 아이는 가지지 못했다. 내가 가진 기대치와 내가 정한 조건인데, 아이를 원망한다. 지금 나의 무관심, 또는 무관심하려는 노력은 내가 다시 아이에게 열정을 가지게 될까 봐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꿈을 떠올려보았다. 우리도 딱히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가 없었다. 이야기 도중에 역사를 좋아했었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 우리는 어떤 선생님을 좋아해서 그 과목에 흥미를 가지게 되기도 했었지. 아이에게도 그렇게 질문해야겠다. 무슨 과목이 흥미 있니?
좋은 질문은 답을 요하지 않고, 완성형이 아니다. 순수한 호기심과 관심이다.
내 부모들은 내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도, 무엇이 될지 정하지 못할 때도 나를 다그치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처럼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도 그저 가만히 있어주는 거라도 해야지.

지금 다시 내 부모에게 묻는다. 부모는 말한다.
“너도 나보다 잘 사니까 네 아들도 너보다 잘 살 거다. 원래 그렇다. ”
원래 그런 거란다. 지금은 직업과 지위 때문에 답답하겠지만, 꿈이라는 것은 나를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무엇이 아니라, 어떤 자신이 되는가 말이다.  
이제는 아이가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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