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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Aug 28. 2020

코로나 시대, 저승에서는

상상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티브이도 보고 그래."

"아니, 이 사람이. 내가 일찍 저승으로 왔다고 사람을 그렇게 속여먹고 그래. "

"진짜야. 사람 말, 귀신 말을 좀 믿어. 내가 자네한테 그거 속여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속이겠나. 세상이 그렇게 많이 변했다는 얘길세. "

"그게 진짜...라고? 허 참. "

모이기만 했다 하면 서로 모르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오늘도 여전하다.

"아저씨, 저도 핸드폰으로 게임하다 왔는걸요. 그게 걸을 때 하면 위험한 건데, 그때도 알았지만 스스로 제어가 안됐어요. 신기하고 좋은 것도 있었지만 저처럼 안 좋은 사례도 많아요."

"으잉? 저런. 세상이 발전하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녀. 나도 봐. 자동차가 생겨서 그리 좋다고 했지만 결국 자동차로 여기 왔잖아. "

"아, 자네 자동차 사고였나? "

"그려. 그게 내가 참 차를 좋아했거든. 허허."

"저도 게임을 참 좋아했어요. 헤헤"

"그래도 좋아하는 걸 하다 왔으니 다행이네 그려."

"응. 좋아하다 왔으니 좋은 것도 있고, 좋아하다 오니 허무하기도 하고 그러네."


"어이, 신참. 자네는 뭐로 왔나?"

"아이참, 아저씨도. 신참은 아직 여기 적응이 안되어서 말 시켜봐야 소용없어요."

"아참, 그렇지."

아까부터 고개를 처박고 있던 신참 할아버지가 중얼거렸다.

"휴우... 코로나, 코로나 때문에..."

"응? 그게 뭐시여? 여기 젊은이는 최근에 왔으니 알겠네. 그게 뭔가?"

"아저씨. 저도 몰라요. 아니, 코 뭐라고요. 저도 꽤 신참에 속하는데 코 머라는 건 첨 듣는데요? 희귀병의 일종인가요?"

신참은 손을 내저으며 다시 중얼거린다.

"에휴, 코로나를 모르면 말을 하지 말어. 지금 세상은 코로나로 난리여."

"네? 지금 세상이 난리예요? 무슨 과학기술이에요?"

뭔가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니, 다들 관심을 갖고 모여들었다.  

신참은 사람들을 죽 돌아보더니 상황을 받아들인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게 아니라,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로 사람이 마구 죽어가고 있어요."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금 의학이 얼마나 발전을 했는데 바이러스로 사람이 마구 죽어요? 전염병도 다 막아내는데."

"그러게, 너무 허풍이 심한 거 아니요? 요즘 위생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데 바이러스가 사람을 죽여?"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은 허풍쟁이가 한 명 왔다는 듯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신참은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는 숨, 공기로 전염이 되는 병이에요. 전염자가 말하느라 침이 튀면 그게 공기 중에 남아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되는 거예요. 나도 좋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위생도 철저하고 의료진도 제일 좋다는 데 있었는데, 공기로 전염되는 걸 어떻게 막겠어요. 결국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휴..."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뜨악해했다.

"진짜예요? 아니, 그럼 산소호흡기를 끼고, 아니, 그건 너무 심했나? 그럼 어떻게 막아요? 숨을 안 쉴 수도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들 마스크를 끼고 다녀요. 비말, 침 튀는 걸 막느라고. 서로 얼굴을 대면하지 않으려고 쇼핑도 안 나가고 택배로만 물건을 시키고 말이야. 사람 모이는 걸 나라에서 막는다고."

"비말? 사람이 모이질 못한다고요? 그래도 사람들은 카페도 가고 식당도 가고 또 교회도 가고 집회 같은 데나 극장도 갈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자네들은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런 세상이 다 끝났어. 물론 사람들이 카페도 가고 식당도 가지만, 마스크 끼고 꼭 만날 사람만 만나는 거야. 극장도 다 망했어. 영화가 다 개봉을 안 해. 아니지. 이제 다 핸드폰으로만 봐."

"네에? 극장이 망했다고요? 사람이 사람을 안 만나려고 극장을 안 갈 정도란 말이에요?"

"아, 극장이 문제야? 길을 걸을 때도 2미터 이상 떨어져서 걷게 하고, 줄 설 때도 그러고. 저쪽에서 사람이 오면 옆으로 피해서 걷고 그래."

신참은 짜증스럽게, 그렇지만 코로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다시 모여들어 마구 질문을 해댔다.


"아니, 사람을 안 만나고 어떻게? 그럼 회사는요?"

"회사도 가능하면 비대면, 그러니까 재택근무를 하게 하지. 물론 안 되는 곳은 그냥 하지. 그런 곳이 다 3D업종이 되는 거지. 그 사람들도 마스크 끼고 해야 해. 안 그러다 전염되면 CCTV로 다 감시하다가 고발당하고 그래. "

"사람이 사람을 피하다니... 혹시 그 좀비 영화처럼 병에 걸린 사람들을 안 걸린 사람들이 피하고 막 그러는 거예요?"

"그래. 그런 셈이지. 좀비는 안 걸린 사람들에게 덤벼드는 게 다른 점이기는 하지만. 지금 코로나 걸린 사람들을 격리하고 안 걸린 사람들도 혹시 접촉을 했을 경우에 자가격리라고 해서 집에서 혼자 14일을 지내야 해. 그걸 국가가 다 관리한다고."

"그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아, 이 사람아. 공기를 떠다니는 바이러스인데 우리나라 너희 나라가 어딨어? 전 세계가 그러고 있어. 지금 여행도 다 금지됐고 나라마다 최소한의 인력만, 꼭 가야 하는 사람들만 오가고 있어."

"네에? 전 세계가요? 와,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와, 나 의사였는데, 지금 의사들이 난리겠네요."

"살아생전에 의사였어요? 지금 의사들이 고생이 많지. 의사만이 아니라 간호사, 보건소 등 의료진 전체가 비상이 되어서 그 사람들이 세상을 지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곧 있어봐요. 코로나로 신참이 무더기로 몰려올 거야. 지금 미국에서만도 십 몇만이 죽어간다고 하던데.."

어느새 반말을 하던 신참은 의사 앞에서 갑자기 예의를 갖췄다.


"삑~ 코로나로 오신 분들은 오른쪽, 아닌 분들은 왼쪽에 앉아주세요."

"아니, 어차피 저승인데, 응? 코로나 걸리나 안 걸리나 두 번 죽을 것도 아닌데 뭐하러 격리를 시켜요?"

저승 관리요원들이 바빠졌다. 호루라기까지 구비해서 질서유지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로 온 사람들은 많이 거칠었다.

"내가 가족들 얼굴도 못 보고 음압병실에 갇혀있다가 가족들과 이별을 하기는커녕 장례식조차 제대로 못하고 여기로 쫓겨왔는데 말이야, 여기서도 이리저리 쫓아내다니, 아이고 서러워서..."

"그게, 여기도 코로나가 처음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일단은 조사를 좀 해야..."

"조사하면? 저승에서 두 번 죽나?"

"그건 아니지만, 혹시 저승에서도 기침 나고 발열은 나거든요. 예전에 흑사병으로 오신 분들, 여기 오셔서도 한동안 설사병으로 고생하셨어요."

"아, 진짜 전염병 무서워서 살겠나. 아니, 전염병으로 죽은 놈 서러워서 죽겠나. "

"자, 협조해주세요. 저승도 이승의 영향을 받는 거예요. 우주가 연결되어있다고 못 들어보셨어요? 자, 코로나로 오신 분 오른쪽, 아닌 분 왼쪽~~~. 아니, 아니 다들 오른쪽이시네. 그럼 아닌 분들만 제 옆으로 와주세요. 나도 마스크를 껴야 하나, 이거 참."

관리요원은 갑작스러운 북새통에 당황스러워했다.  

"아이고, 내가 저승에 와서도 이렇게 대접을 못 받고, 아이고..."

한분이 통곡을 하자 몇몇은 따라 울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한숨을 쉬어댔다.


"거, 우주가 연결되었다고 하니 좀 물어봅시다. 그럼 여기도 기후위기나 생태위기 같은 게 있소?

"아 그러믄요. 저승에서, 아니 여기가 이제 이승이고 저기가 저승이 된 건데, 아무튼 저승, 아니 이승, 아니 여기를 저승이라고 그냥 말할게요. 이승이 변하지 못하면 저승도 점차 상황이 나빠질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코로나로 오신 분이 이렇게 많으니 여기 공기, 에너지도 나빠질 거 아니에요. 그게 분위기를 좌우하고 그 분위기가 또 이곳에서의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고 점차 그렇게 나빠지는 거예요."

관리요원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턱이 빠질 듯이 입이 벌어졌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어요? 이승이 변해야 저승도 변한다면 우리는 손 놓고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해요?

"여태 손 놓고 사시다가 오셔놓고 여기서라고 뭘 하실 거 같으세요? 기후위기나 생태문제 몰랐던 거 아니잖아요. 알면서 뭐하셨어요?"

관리요원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말에 웃음 끼라고는 없었다.

죽음의 이유는 죽음만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것들도 변화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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