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둥 Aug 27. 2020

남자의 꿈은 샷다맨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이 곧 책이 되어 나온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으로 보는 덕질 고찰)

남편은 그럼 곧 자기도 샷다맨이 될 수 있는 거냐고, 잘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말한다. 대놓고 응원을 못하는 고질병을 언제나 고칠 수 있을는지.   

2쇄만 찍었으면 좋겠네,라고 나는 찬물을 끼얹었다. 글 쓰고 그림 그리겠다고 아무 벌이를 못하는 미안함을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이 또한 나의 고질병.


둘째가 4학년 때라고 기억하는데, (4학년이지만, 빠른 년생이고 남들보다 늦되어 정신연령은 2학년쯤 되었을 것 같다.) 같이 밤 산책을 하는 도중에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맨날 축구만 하면서 살 수도 있어?

축구선수가 되면 맨날 축구만 하지.

축구선수는 이겨야 하잖아. 나는 그런 거 말고 그냥 축구를 하고 싶어.

이기는 게 싫어? 골 넣는 거 좋아하잖아.

골 넣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냥 축구가 좋아.

음... 그냥 축구만 해서는 먹고살기가 어려울 수 있지.

아. 그럼 나는 돈을 잘 버는 여자랑 결혼할래.


집에 돌아와 남편을 타박했다.

잘 한다~ 맨날 샷다맨이 꿈이라더니 아주 대를 이어 샷다맨의 꿈을 꾸게 되었어. 좋으시겠어~~

남편은 내게 말했다.

그건 많은 남자들, 아니 모오든 남자들의 로망이야. 당신은 꼭 좀 이루게 해줘 봐.

나의 발길질로 굴러간 남편은 자는 아들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아들아. 아빠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너는 꼭 꿈을 이루도록 해라.


그때 아이는 그것이 모오든 남자들, 아니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라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꿈을 꿈으로 꾸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실현시키기 위한 시도가 꽤 보인다. 다만 누군가에게 기대어, 그러니까 돈을 버는 누군가와 결혼하여 샷다맨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적게 벌고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셔터조차도 올리고 내리지 않 백수생활을 하는 지금의 내 입장에서 보면 샷다맨을 꿈꾸던 그동안의 수많은 남자들이 안쓰럽다. 더 이상 꿈만 꾸지 않고 현명하게도 길을 찾아 나선 것 기특하다.

나도 좋은 날이 오겠지. 곧 적지만 벌이를 하고 더 행복해지는 하나의 길을 찾을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이건 비밀인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