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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Aug 24. 2020

너무 진심이라서...

뒈졌으면 좋겠다, 싹 다 쓸어서..., 사탄이, 좀비가 따로 없다...


이 무서운 말들은 어디 특별한 곳에서 따온 말이 아니다. sns만 열면 보이는 말이우리가 요즘 뉴스만 틀면 수시로 하는 소리다. 누구들을 향해서 내뱉고 있는지 잘 알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이어서 조심스럽게 가까운 이에게 말했다. 그것들이 병에 걸려야 할 텐데, 지독하게 아팠으면 좋겠는데 따위의 이야기였다. '조심스럽게'가 무색하도록 격한 공감의 반응이었고 날이 갈수록 그 저주의 강도는 세지고 있다. 심지어 가족들과도 그 마음을 공유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왜! 왜 우리가 이런 말들을 부끄러움 없이, 죄스러운 마음 없이 내뱉게 하는가, 원망스럽다.

내뱉는 나의 세치 혀를 죄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내뱉게 한 자들을 미워한다.

미움은 점점 커져서 뉴스를 보다가, 유모차에 앉은 아이의 마스크를 보다가,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도 터져 나온다.

그들의 부주의함과 그들의 그릇된 인식은 누군가를 병들게 하거나 죽음으로 몰고 간다. 또 누군가는 경제적인 곤란을 겪게 하고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하지만, 하지만, 역시 내뱉지 말았어야 할 말들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인다. 아무리 미워도, 상황이 아무리 뭐 같아도 끝내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아닌가. 그걸 가뿐히 넘어서버리게 하는 그들의 행태 탓이기도 하지만, 역시, 그래도 내뱉는 주체는 나니까.

욕을 하지 말자, 따위의 도덕적인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욕 해도 된다. 나도 욕 잘한다. 하지만 그래도 끝내 해서는 안 되는 말,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는 말, 저주의 말이라는 생각에 가끔 무섭다.


이건 정말 아니다 라는 경계심이 든다.  너무 진심이어서인가?

전쟁 등으로 부모형제를 잃은 이들이 찢어죽일놈들이라고 욕하고 분노할때 나도 함께 분노하고 진심으로 찢어죽이고 싶다. 한치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너무 진심이기 때문만은 아닌것 같다.


너무 실현가능해서 그럴까?찢어죽일 놈들은 오히려 떵떵거리고 잘 사는 놈들이 많다.  찢어죽이기는커녕 제 죄값도 안받는데 지금 코××를 확산시키는 이들은 진짜 곧 병들거나 병들었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그럴까?

그런 점도 있겠다.  


부자 되세요, 라는 광고가 나온 지 2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조차 꼰대로 몰아붙이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부자 되세요, 라는 광고를 처음 보던 날의 부끄러움을 기억한다. 생생하게 기억한다. 함께 보던 엄마가 혀를 쯧쯧 차고, 자식들이 들었을까 봐 소리를 가리듯이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던 것, 엄마 아빠이지만 누군가와 이런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 부끄러워 슬며시 방으로 들어갔던 내 뒷모습까지 기억한다.


나는 부자되세요가 명치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가까운 누군가를 향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망가지고 싶지 않다. 품격 있는 내가 되고 싶다. 품격 있는 사회에서 품격 있는 아이들을 키우며 품격 있게 늙어가고 싶다. 아무리 무서운 역병이 창궐할지라도.


에휴 정말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놈들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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