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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Aug 26. 2020

매일 그리기

그림을 처음 그리기 시작할 때 내 주변에는 두 명의 화실 원장이 있었다. 고맙게도 그들은 내게 조언을 해주었는데, 한 명은 내 선이 지나치게 의도한 것이어서 좀 더 자유롭게 그리라고 했고 한 명은 내 선이 지나치게 멋대로라고, 선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의도가 담겨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딱히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손을 그리라는 조언도 있었다. 손은 무궁무진한 모양새를 가졌고 잘 그리는 사람도 손을 잘 그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손만 잘 그리면 그림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은 잘 그리는 줄 알 거라고 했다. 손이 지겨우면 고양이를 그리라고 했다. 고양이 그림은 누구나 좋아하니까 잘 못 그려도 사람들은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게는 참 유용한 팁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을 마치고, 이제 뭘 그릴까 망설였다. 무언가를 하나 마치고 나면 여전히 생이 이어진다는 것을 명징하게 깨닫게 다. 매일 그리기는 매일이니까 매일 내 앞에서 버티고 서있다. 나는 이제 마쳤는데 내 앞에 버틴 이것이 못내 부담스러우면서도 생의 하루를 채울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   

    

젠탱글을 그리기 위해 외곽선을 그린다. 그 안을 문양으로 채워넣는다. 여전히 나는 의도하지 않은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의도한 대로 선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일을 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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