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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Nov 14. 2019

미친 가을이다

도시를 벗어나 보니 쉴 날이 없다. 사람들은 도시가 바쁘고 복잡하다고 말하지만 도시만큼 삶의 방식이 단순하고 주변의 변화도 없는 곳이 있을까.

 

예전에 이웃집 아이가 사회 시험을 봤는데 자신이 왜 틀린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다음 중 틀린 것을 고르시오, 라는 문제였다. 도시가 시골보다 복잡하다는 문항이 있길래 옳다, 이게 답이다,라고 했는데, 틀렸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왜 시골이 복잡하냐고 물으니, 도시에 살 땐 아무도 안 와서 심심했는데 시골로 이사오니 사람들이 매주 놀러 와서 고기 구워 먹어서 집이 엄청 복잡하다고, 게다가 강아지며 닭이며 짐승들을 키우니 할 일도 많고 엄마도 밭일로 바쁘단다. 함께 듣던 이웃들이 맞네, 그러면서 박장대소했었다.


아이 말처럼 사람들이 놀러 오고 밭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이 미친 듯이 붉어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바빠진다. 엉덩이 붙일 새가 없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산을 어찌 안 보고 넘어가겠는가. 쉴 틈 없이 내달려 눈으로라도 쫓아야 한다. 높고 구름 없이 공활한 가을 하늘은 매일 다른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푸르름이다. 많이 보고 담아두어야 긴 겨울의 적막을 날 수 있다. 날이 추워지는 걸 보니 더 거침없이 변해가겠지. 그전까지는 마음껏 붉어지자.



아, 어제가 올해 마지막 가을날이었나 보다.

오늘은 드디어 겨울이다. 장롱 속 롱 패딩을 꺼내 입었다.

이제 산에 든 붉고 노란 단풍이 아니라 땅바닥에 뒹구는 낙엽을 밟으러 갈 시간이다.

단 하루 차이로 쓸쓸해진 낙엽이라니. 단풍은 환했는데.

이렇도록 순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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