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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Nov 14. 2019

움켜쥔 손

움켜쥔 손.

아무리 비우고 살자고 되뇌어봤자 절대 놓지 않는 손. 나중에는 움켜쥔 내 손에 남은 것이 오로지 저것뿐이었으면. 저것조차 놓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움켜쥐어야 한다. 의지할 무엇, 움켜쥐고 놓고 싶지 않은 무엇이 있어야 살아갈 힘이 된다.


“그때까지 내가 살고 있을런가 모르지만 어쨌든 그때 보자.”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하는 친구 지선이.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자식들에게 희생하며 살아왔는지 잘 알기에, 또한 그 목표 이후에 얼마나 허무해질지 잘 알기에, 그녀의 자식들이 좀 더 그녀 옆에서 철딱서니 없이 들러붙어주었으면 싶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공헌감이라는 거, 생각보다 어렵다. 학생 시절에는 공부만 한다고 공헌감 따위 느낄 겨를 없이 살고, 젊어서 잠시 자식이든, 가족이든, 공헌이라기보다 희생이라고 느낄만한 무게로 살다가, 그들이 떠나고 나면 자신을 위한 삶이 없었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이 텅 비게 다가온다. 다시 욕심껏 자신을 채우다 보면 오히려 더 허망해지는 나날... 공헌감은 도대체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건지...

죽지 않고 좀비처럼 살아 자식들 주변을 배회하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아직 숨 쉬어야 할 순간에도 그 숨을 갉아먹는다.


지선이는 짧은 수다의 시간 동안 먼지처럼 빛난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맑아 사랑스럽고 톡톡 튀는 말투는 나의 폐부를 간질인다. 그것이, 그녀가 내게 한 공헌이다.     


지선아, 우리 아직은 좀 더 움켜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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