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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Nov 13. 2019

연인


요런 모습의 연인이 지하철에 타고 있었다.


마치 아주 오래된 연인을 보는듯한 기분. 남자의 눈이 여자를 향하는 거 같지만 아니다. 그 뒤 유리에 비친 자신을 보는 게 틀림없다. 만나기는 하지만 각자의 생각과 흐름대로 놓아두는 시기.


사랑이 전부인 시절에는 남녀라는 생물학적 배치가 이토록 짝짓기가 최우선이라는 걸 몰랐다. 스포츠도 음악도 미술도 춤도 그 어떤 뽐내기도 기본은 짝짓기를 위한 뽐내기였던 것이다.

동물적 시기를 모두 끝내고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여분의 시기를 살고 있는 지금은 그게 눈에 훤히 보인다. 더 이상 뽐낼 필요가 없는 관계의 권태로움. 그들과 나의 차이는, 나는 아무런 욕망이 없다는 거고 그들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한 눈짓을 멈추지 못한다는 것.


완경이라는 것이 어쩔 땐 편한 거로구나. 진짜 인간 고유의 성질만으로 살아볼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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