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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Nov 13. 2019

엄마, 생각은 귀로 하지~~

아들의 어록

어린 아들이 말했었다. 

엄마, 생각은 귀로 하지~~~


운전 중이었던 터라 아이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다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이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엉뚱한 말을 나는 왜 잊지 못할까. 

뇌라는 것을 아직 모르던 어린 아들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을 하다 보면 귀 쪽으로 신경이 미쳤고, 그게 제 딴에는 큰 발견이었던 것 같다. 자기 아이가 천재인 줄 아는 에미는 그 말이 사실이 되도록 꿰어 맞추고 싶었던가 보다.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귀로 생각해보면, 아이의 말은 다 옳다. 아니, 우리가 과학적으로 이러저러한 것이 옳은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과연 다 옳은 걸까 싶다.


 

티브이 만화를 오래 보고 난 뒤에 아직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은 상기된 아이의 표정이 떠오른다. 아이의 눈에는 아직 로봇이 남아있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는 신나게 로봇 그림을 그렸다. 나도 그렇게 그려보고 싶다!!!!



아이가 어릴 때 티브이를 안 보여주었다. 어느 날 발레 공연을 보러 갔는데, 끝나고 아이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 물었다. 그게 사람이었어? 

그 뒤로 아이는 공연에 열광했다. 대부분 꼼짝도 않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는데, 하루는 자꾸 몸을 움직이길래 공연예절을 가르친답시고 가만히 있게 했더니, 엄마, 근데 발가락이 말을 안 들어, 라며 울먹였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였다. 가만히 있기 힘든 작품이 맞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란 혼낼 일이 없는데, 아이 키울 때는 순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짓을 했다. 왜 혼나야 하는지도 모르고 혼나야 했던 아이에게 미안스럽다. 하지만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다른 일로 힘들 때 아이를 핑계 삼았던 것 같다. 

아이가 이렇게 눈물을 똑, 떨어뜨리는 모습을 본 이후, 물을 엎지르거나 컵을 떨어뜨리는 등의 실수를 할 때나, 아이가 넘어지거나 다쳐 놀라더라도 절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엄마가 놀라면 아이는 더 놀라니까.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냐고 주변에서 놀라워했다. 지금, 성인이 다 된 아이는 실수를 하거나 부모를 놀라게 할 짓을 저지르고도 잘못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적어도 내 눈에는). 그냥 놀라고 소리 지를걸... 엄마가 된다는 건 후회 덩어리가 되는 것인가 보다. 절망이 벤치에서 나를 부른다...



특별히 종교가 없음에도, 발도르프 유치원에 다녔던 아이는 항상 촛불을 사랑했고 초를 불어 기도했다. 용케도 아이는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기 바로 전에 기도를 했고, 감사하게도 신은 응답 해주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면 잘 참았다가 생일 전에 원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때면 아빠가 쉬는 전날 자신이 얼마나 간절한지 소리 내어 기도했으니.



  

엄마, 사랑은 손으로 하는 거지. 사랑하면 손으로 쓰다듬잖아.  아니, 입으로 하는 건가? 엄마가 나 사랑한다고 입으로 막 배에 바람 뿜기도 하고 엉덩이도 깨물잖아.

유난히 조몰락거리며 키웠다. 다 큰 지금도 아직 여자 친구 없으니 내 거라고 아들 엉덩이를 두드려댄다.  사랑이란 것이 부푼 풍선처럼 둥둥 떠다닐 때면, 터질듯한 아슬아슬함조차 색색으로 빛난다.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기록해두고 싶다. 그림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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