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둥 Nov 15. 2019

나를 웃게 하는 것들

어린 시절에는 사랑을 맹신했다. 사랑이 가장 중요했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고 틈만 나면 사랑을 노래했고 사랑이야기에 환호했다. 가장 원초적인 것 탐닉하는 것도 용서되는 나이였다.  


청년시절에는, 신념을 갖고자 했다. 조국, 사상, 정의, 인류, 철학 등등.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진실들이 어찌나 많은지 날마다 거리에서, 술집에서, 동지들과 핏대를 올리며 사상투쟁을 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헤매었다.


중년일 때, 내 곁의 사람들이 소중했다. 엄마들이 그렇게도 자식과 가족에게 악착을 떠는 모습이 하찮아보였는데, 바로 내가 그러했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 내가 가진 것이 너무나 소중했다. 그래서 내 세상을 견고히 하기 위해 헐뜯고 할퀴고 상처 받았다.


중년의 끝, 아직 노년은 아니지만, 노년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나는 지금 나를 웃게 하는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나를 웃게 해주는 것이면 족하다.  

내가 존재하게 해 준 만물은 내가 없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다른 존재들과 지속적으로 어우러진다. 그렇게 유한한 그것들이 무한하게 또는 무한할 듯이 유지된다. 만물에 의지하는 나는, 내게 의지하는 만물 속에서 나의 의미를 찾는다. 결국 서로 의지하는 것. 나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하고 유지하지 않으면 의미를 상실한다. 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 바로 웃는 것이다.


나를 웃게 해주는 그림, 나를 웃게 해주는 글쓰기, 나를 웃게 해주는 덕질, 지금 내가 의미를 느끼는 것들이다.  

사상이나 덕주나 이렇게 한 끗 차이라니.

그저 웃자.


나의 덕주님


작가의 이전글 미친 가을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