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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Jan 23. 2020

가족이라...명절이라...

얼마 전 강릉에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남편과 길을 나섰다. 지난밤 잠을 잘 못 자서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잠시 졸았다. 휴게소에 도착해 같이 아침을 먹고 다시 차를 타고 도착할 때까지 서너 마디밖에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 같다. 


그날 저녁 식당에서 감자옹심이를 먹었다. 옆 테이블에 두 여자가 나란히 앉고 맞은편에 남자가 앉았는데 앉으면서부터 여자들이 손을 맞잡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살가운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저 두 사람은 시두 올케 사이며 남자는 두 여자의 동생이자 남편이라고 추측했다. 남자가 두 사람을 멀거니 쳐다보다가 핸드폰을 뒤적거리는 걸 보고 내 추측을 확신했다. 음식이 나오자 남자는 혼자 끌어당겨 먹고 두 여자는 서로에게 밀어주고 당겨주며 챙겨주었다.  


아무 말없이 옹심이를 쩝쩝거리며 먹는 남편을 보며, 음, 우린 가족이구나, 싶었다. 

가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편한 관계, 여야 하는 거라고 혼자 정의 내렸다.  

운전하는 옆에서 잠을 좀 자도 크게 개의치 않고 행여 졸리면 나를 깨울 것을 알고, 음악을 들으며 간간이 담소를 나누는 정도만으로 아무런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부부이자 가족인 것이다.  

아마 시댁을 가진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겠지.  무슨 말이든 해야만 하고 서로 챙겨줘야 하는 어려운 관계를. 저들이 반갑고 살가워하기는 하지만 그런 감정표현이 꼭 필요한 사이다.


그러니, 내일 설날이라고 다들 모여 앉았는데 멀뚱히 있는 며느리가 있다면 내 식구가 다 되었구나, 하시라. 여전히 살갑게 인사하고 챙기고 있다면 아직 멀었다, 더 잘해주자, 생각하시라.  

여전히, 남편 말고는 딱히 가족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 같아서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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