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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Jan 19. 2021

30호 이승윤의 눈물


요즘 싱어게인을 즐겨본다.

어제 30호 이승윤이 눈물을 흘렸다. 또!


결과가 발표되고 김이나 작사가는 "30호 가수님을 우리가 대중과 소개팅을 해주는 입장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할 것 같다. 그때 마인드컨트롤의 일환일 수 있지만 왜 나한테 이런 평가를 하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애정과 칭찬을 받아주고, 충분히 사랑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때 이승윤이 갑자기 눈물을 터트렸다. 그 눈물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제 인생에 있어서 칭찬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은 영역이다. 내 깜냥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더 욕심내지 말라고 생각했다. 칭찬에는 거리감이 있었다. 칭찬을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어쩌면 내 그릇이 조금 더 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그가 음악을 하면서 얼마나 스스로 쓸모없는 건 아닐지 돌아보고 돌아봤을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음반을 계속 쉬지 않고 내면서 얼마나 자괴감에 시달렸을까. 그토록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성과가 되지 못함으로 그것이 재능인 줄도 모르고 살아야 했다. 자신이 좋으니까 하는 거야, 라는 자기 주문으로 버텨왔을 날들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는 프로그램에 나온 후,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을 겪으며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 자리에 오지 못한 수많은 72호들에게 주단을 깔아주기 위해 이 음악(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을 준비했다"라고 말할 때, 그는 아마 이것이 잠깐의 행운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자신의 행운보다 그 행운을 받지 못한 문밖의 동료 음악가들을 먼저 떠올렸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음악을 준비했을지 너무 알겠다.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이라는 가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미처 끄집어내어 들여다보지 못한 말, 김이나의 말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그의 음악인생에 대한 것보다 이 부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아마 꽁꽁 다져 넣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과 만나본적 없었을 테니. 보고 있는 우리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남의 일처럼 보고 넘어갔을 수도 있겠다. 만일 그랬다면, 꼭 한번 돌아보길, 남들이 해주는 선의의 칭찬에 대해, 나의 깜냥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재단한 나의 그릇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어려워한다. 나 또한 그렇다. 책을 내고 제일 먼저 마음을 다진 것이 칭찬과 응원의 말에 예쁘게 반응하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누군가가 좋은 말을 해주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에게 온당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버리곤 했다. 그래서 진심으로 좋은 말을 건네는 사람을 잃은 적이 있다. 나의 겸양이 몹시 무안했다고 한다. 내가 못나서 그랬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 마음을 돌이키지 못했다. 그만큼 큰 상처였다고 한다. 그것이 선의였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나는 칭찬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칭찬의 무게를 잴 수 있을까? 칭찬은 내가 재단해서 잘라져 나간 나머지를 다시 갖다 붙일 수 있는 접착제 같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버린 그릇으로 다시 커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기대하지 않는 겸손의 자세는 필요하다. 하지만 미리 놓아버리고 흘려버리는 수많은 사랑과 인정에는 꽃피지 못한 나의 감사와 희망 또한 숨어있다. 무엇보다 칭찬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칭찬받을 자격이 있음을, 뭔가 잘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잊지 않도록 많이 많이 칭찬하고 격려해주자.(그런 의미에서 좋아요를!^^)

어제 그 눈물을 언젠가 음악으로 만들어주기를. (이번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베이스를 시작으로 한 편곡도 너무 좋았다.)


덧. 역시 김이나! 이승윤 입장에서 그의 마음을 너무나 꿰뚫어 보는 분.


덧2. 태호가 패자부활전에서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이승윤이 어떡해~~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건 절대 일부러 낼 수 없는 마음의 소리였다. 나도 어떡해~~소리가 나왔다. 그건 이승윤이라는 한마리 여린 짐승에게 보내는 연민이었다. 아니, 경쟁과 승부만이 전부인 세상을 살아가는 여리디 여린 우리들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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