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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학부모회 정례화

교사와 신뢰 쌓기

by 천둥


새로운 학부모회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학급 학부모회를 활성화하고 정례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급학부모회는 가장 기초단위로서 학부모가 가장 쉽게, 가장 먼저 접하는 학부모 조직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받아 안아야 한다. 단순한 모임 형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학부모회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모임방식부터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돌아가면서 이야기할 기회를 나누면 좋겠다. 원탁토론, 또는 서클 방식을 택하는 거다. 그러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미리 틀을 만들어두면 좋다.

1.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갖고, 2. 교육적 지향점에 대한 확인, 3. 꼭 나누어야 할 정보나 논의사항, 순으로 이야기하면 좋다.

아무리 바빠도 안부를 먼저 묻는 것은, 우리 만남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관계가 끈끈하면 어려움이 닥쳐도 이해의 폭이 넓어서 극복하기가 쉽다. 관계 형성이 안되어있는 경우에 대체로 맥락 없는 다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적 지향점을 나누는 이유는 그다음에 나눌 정보와 논의사항에 대한 마음자세를 서로 다지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마음자세를 먼저 나누고 나면 정보와 논의도 연결점이 생겨서 이해와 판단이 빨라진다. 그러니 어떤 정보와 논의 내용인지에 따라 회의 진행자는 2번의 내용을 잘 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회의를 마무리할 때에는 반드시 회의록을 참가자들과 함께 정리하도록 한다. 서기는 우리들이 한 이야기를 교육적 언어로 변환해야 하는데, 내용을 들어보고 혹시라도 민감한 문장이 있다면 함께 고심해서 적절한 표현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자. 제3자가 보기에 부적절하다면 아무리 우리가 좋은 의도로 의견을 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좋은 의견이 아니다. 교사나 운영위원들이 학부모 의견으로써 받아야 할 중요한 회의록을 쓰면서 우리 마음을 이해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교육주체로서 학부모들 모두가 훈련되어야 할 부분이다. 함께 회의록에 담길 문장을 고심해보는 것은 서로의 입장과 공동 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국제적인 합의문을 보라.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가지고 실랑이를 하지 않는가. 협의와 합의란 그렇게 심사숙고하여 내어 줄 것과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을 분명히 하는 과정이다.

또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프레임으로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 설문 조사할 때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답이 나오는 것과 같다. 교육기관의 관점을 걷어내고 학부모만의 시선으로 다르게 보면 완전히 새로운 교육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모임에서 뭘 그리 어렵게 진행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학교는 교육공간이다. 교사들에게 교육자로서의 직업윤리를 가질 것을 요구하려면 학부모도 교육의 주체로서 책임의식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현장 전문가다. 학부모로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다만 교육이라는 중대한 공적 과제 앞에서 사적이고 일방적인 입장은 곤란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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