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는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준비한다. 하지만 원래는 학부모회 대표 선출과 학부모 운영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 준비위원단이 있다. 그들이 총회를 준비할 수 있다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총회에 앞서 학교 설명회를 한다. 학부모들에게 올 한 해 학교의 교육계획을 안내하고 교사들을 소개한다. 이후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를 구성을 위한 본격적인 학부모 총회가 시작된다. 사전에 가정통신문을 통해 입후보하도록 하지만 많은 경우 학교의 권유로 입후보 명단이 겨우 채워지기 때문에 단독 후보로 선거과정 없이 학부모들의 박수로 인준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법적 기구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미리 입후보자를 모집하지만, 학부모회는 아직 법적 기구가 아닌 지역이 많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등 떠밀려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부모회의 위상과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대부분 학교를 후원하는 일이라고 짐작한다) 대표 및 그 외 임원을 선출한다.
이런 깜깜이 선출이 되지 않으려면 이전 학부모회에서 미리 임시총회를 열어 학부모회에 대한 안내를 하는 게 좋다. 전체 학부모들과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면 신입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보자. 학부모회가 무엇인지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는 이들에게 학부모회란 교사회, 학생회처럼 학부모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시켜준 이후 학부모 총회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차기 후보들이 방학 동안 내년 학부모 활동에 대한 계획을 미리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학교에 대한 교육비전을 깊이 있게 논의하고 공부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학부모 총회에 오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새 학년을 맞이하여 담임교사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각 교실에서 자기 아이의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도 좋지만 아예 총회가 이루어지는 강당에서 각 학급별로 하나의 테이블을 준비해주는 게 어떨까. 규모가 아주 큰 학교가 아니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총회에서는 학부모 대표도 선출해야 하지만 각 학급별, 학년별 대표도 선출한다. 그러니 학급별로 테이블에 앉으면 학급별 대표와 그 외 임원을 선출하기도 수월하다.
학부모 총회 이전에 교사들과 부모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었다면 이런 때 그 효과가 빛을 발할 것이다. 담임선생님이 학부모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안내해준다면 학부모들이 훨씬 마음 편하게 학부모회에 발을 들일 수 있다.
담임과의 만남은 학급의 교육방향을 알고 가는 정도로 만족했으면 좋겠다. 자녀에 대한 상담은 한 달 정도 뒤에 교사들이 아이들을 파악한 후 진행하는 상담기간에 따로 할 수 있다.
학부모 활동과 각종 소위원회, 학부모 동아리 등을 소개하고, 가벼운 토론을 해볼 수도 있다. 지난 활동에 대해 점검하면서 학부모들이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참여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원래 총회는 작년 한 해를 돌아보고 올해 활동을 계획하는 자리이다. 그중의 하나로 대표를 선출한다. 그런데 지금 학부모 총회는 작년 활동을 보고하거나 올해를 계획하는 내용 없이 오로지 대표만 선출하고 끝난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학부모회라면 활동 보고와 평가를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올해 대표단 선출이 준비되어 있다면 그들의 계획을 들어보거나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다. 대표로 선출되면 구체적인 활동계획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설명하거나 인준받는 식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 학부모 대표의 경우는 한 사람이 몇 년째 계속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회가 아직 자리잡지 못한 학교라면 학부모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원탁토론** 등으로 학부모회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기탄없이 나누어보면 어떨까.
학부모 대표를 선출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학부모회나 학부모 운영위원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학교에서 학부모란 어떤 자리인지 정확히 알고 나면 오히려 쉽게 진행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