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씩 학부모 활동을 한 사람들 중에서도 학부모회와 학교 운영위원회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학교와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하다면서 학교 운영위원으로 나서는 이들이 있다. 또,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방과후 수업 등에 대한 불만이 있어 학부모회장이 되겠다는 이들도 있다.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는 완전히 그 역할과 위상이 다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운영에 대한 심의기구이다. 거의 의결기구의 역할을 한다.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행정적 운영 모두를 결정한다. 회사로 치면 이사회와 같은 역할이다. 반면 학부모회는 학부모들을 대표하는 기구이다. 학부모회장은 학교라는 기관을 이끌어가는 3 주체 중 하나의 주체, 즉 학부모들의 대표인 것이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고 학부모들이 원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학부모 운영위원은 학부모들을 대표하여 교사회와 함께 학교교육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맞게 운영되도록 심의하고 결정하는 역할이다. 모든 안건마다 올해 학교가 정한 교육의 방향성에 맞는지 끊임없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전에는 반드시 학부모회를 통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모으고 답할 의무가 있다. 전체 학부모들이 모이는 학부모 총회를 통해 선출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이나 학교 운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학부모 운영위원이 되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내용을 그대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다. 학부모 운영위원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학부모회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여 동의를 얻은 후 학교운영위원회에 가서 발언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학부모회장이 되어서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학교의 반대를 무릅쓰고 몇몇 학부모들이 추진해버린다.
보통은 학교에서 해달라는 대로 바자회나 체육대회를 지원하고 학급 내 교육활동에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ㅇ으로 학부모회 활동을 대신한다.
학부모회 활동을 하려면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으고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가끔 학교보다 학부모회가 더 혁신적인 경우,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에도 과연 우리 학부모회가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학부모 운영위원은 교육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을 낼 기회보다 예산안을 심의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예산은 단순한 예산이 아니다. 예산 속에 학교의 교육방향과 교육계획이 담겨 있다. 일례로, 전기세가 늘어났다고 가정해보자. 교육물품의 예산이 줄고 전기세가 늘어나면 운영위원의 입장에서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세를 늘린 이유가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수업을 하기 위해 에어컨을 틀어주려는 것이라면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단순히 전기세냐 교육물품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올해 무엇에 집중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올해 교육과정 계획에 따라 예산안을 조정하기 때문에 교육과정 계획에 대한 설명도 같이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진짜 전기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미리 행정실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교육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싶다면 소위원회에 관심을 가지면 된다. 소위원회는 교육과정위원회, 방과후소위원회, 체험학습 소위원회, 급식소위원회 등이 있다. 소위원회는 교사, 학부모, 운영위원이 골고루 포함되어 구성되는데, 활동이나 회의 없이 교사들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방과후 소위원회 이름으로 나온 방과후 수업계획안이지만 사실은 교사 혼자서 만들고 형식적으로 회의를 하거나 회의를 하지 않고도 했다고 서명만 하기도 한다. 소위원회가 실제로 운영되고 제대로 활동하면 학부모들의 의견도 훨씬 많이 반영되고 좋은 학부모 활동이 될 수 있다.
학부모회와 학교 운영위원의 위상과 역할만 알아도 학부모들이 학교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지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잘 모르는 학부모들을 위해 학부모 총회를 하기 전에 사전 설명회를 해주면 좋겠다. 매년 학부모 총회와 학교 설명회가 같이 이루어지지만 아무도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학교가 사전 설명을 하지 않는 이유는 학부모들의 이런 어려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도 정확히 알지 못할 수 있다. 생각보다 선생님들도 잘 모른다. 필요한 사람이 묻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