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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란 학부모 대표기구이다

학부모들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어디로 갈까?

by 천둥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전교1등 승완이 폭력교사 때문에 학교를 자퇴하기로 하고 엄마가 학교에 온다. 승완 엄마는 폭력교사에게 소리친다. "사과하지 않으면 학부모회에 정식으로 고발하겠어요." 그말에 폭력교사가 겁먹는 걸 보고, 실소가 나왔다. 학부모회에 고발이라니, 경찰에 고발해도 학교 재량으로 되돌아가고 교육청에 고발해도 학교 재량으로 되돌아가는데, 학부모회가 뭐라고 겁을 먹겠는가. 제발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학교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학부모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강력한 학부모회장 개인 말고 학부모회 말이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가져오는 알림장과 가정통신문으로 학교의 소식을 받아본다. 알림장과 가정통신문을 보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는 당연히 모른다. 당연히 모를 걸 알면서도 묻고 왜 모르냐고 되묻고는 궁시렁대다가 에이, 나도 모르겠다 잊어버린다. 그러다 다시 생각나면 가까운 이웃에게 묻기도 하고 같이 한바탕 험담을 하거나 한탄을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담임선생님을 찾는다. 담임선생님 선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정말 정말 어쩔 수 없이 젖 먹은 힘까지 짜내서 교장을 찾아가거나 교육청을 찾아간다. 그렇게 찾아가기 때문에 학교에 오는 학부모는 전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학부모를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민원인이라고 부른다.


과연 학부모는 민원인이고 싶었을까? 가볍게 시작된 궁금증이 점점 의심이 들고 확신이 들고 해소되지 않는데, 그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라도 받게 되면 정말 억울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학부모는 어디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바로 학부모를 대표하는 조직, 학부모회다. 하지만 길 가는 학부모를 붙잡고 물어보라, 학부모회 소속이냐고. 아마 열이면 열 펄쩍 뛰며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학교에 관심이 없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그동안의 치맛바람이 학부모회를 그렇게 인식하게 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학생회에 속하듯이 모든 학부모는 학부모회에 속한다. 모든 학생이 학생회에 속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 학생회 간부만 학생회라고 여겼다. 아직 그런 인식이 남아있는 곳도 많다.


학부모회는 학부모들을 대표한다. 매년 학부모 총회를 통해 학부모들을 대표하는 대표자를 선출한다. 이때 학부모 운영위원도 선출한다(운영위원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예정이다).

전체 학부모를 대표하는 학부모회는 학년 학부모회, 학급 학부모회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 외 별도 기구를 가지기도 한다. 녹색어머니회나 학부모폴리스 등 전국적인 조직도 있고, 독서 지원단이나 학부모 동아리 등 자치모임이 있다.

학부모회는 또한 의견수렴기구이다. 학부모들을 대표하기 때문에 당연히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다. 학부모 의견은 아래로부터 위로 수렴된다. 학급 학부모회의 의견이 학년 학부모회로 올라가고 전체 학부모회로 모아지는 것이다. 학부모 총회에서 선출된 전체 학부모 대표(또는 학부모회장이라고 불린다)는 아래로부터 수렴된 학부모들의 의견으로 필요한 활동을 하거나 학교에 전달한다.


학부모회가 그동안 친목모임이나 학교 후원단체처럼 운영된 데에는 기성회, 사친회, 육성회라는 기나긴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시설의 확보와 학교 운영을 지원하고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고자 학생의 보호자 혹은 특별 찬조자로 조직된 단체’였다. 1950년 한국전쟁 후 소실된 학교시설의 복구와 확충을 위해 지역 토호 세력이나 유지들의 도움을 받았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생기면서 학부모회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후원의 성격을 버리지는 못했다. 점차 선출이라는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하고 2013년 학부모회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학부모회는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봉사를 주요 학부모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후원이 필요했던 그때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감사한 마음도 크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후원보다 자기주체성을 가진 학부모회가 필요하다.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하던 시대도 지났다. 학부모회 본연의 활동을 시작할 때다. 학부모회의 기본 활동은 의견수렴이며, 대표기구로서 학부모들을 품어야 한다. 학부모 개인들이 학부모 주체성을 가지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동안 학생회가 학생회 간부들만의 의견으로 학생회 의견이라고 했던 것처럼 학부모회도 학부모회에 속한 몇몇의 임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또는 목소리 높은 학부모 개인의 의견이 전체 학부모들의 의견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제 학급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이 모아지듯이 학급 학부모회를 통해 전체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모아져야 한다.

학부모회는 학부모의 의견수렴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궁금한 것이 있거나 승완엄마 같은 어려움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친근한 학부모 조직이어야 한다. 학교에 문제가 있어도 개인이 짊어지고 넘어가지 않고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대표성을 띠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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