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학부모가 원하는 활동

소위원회

by 천둥


학급 학부모회를 정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위원회 활동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고 알찬 학부모 활동이다.

왜 학부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방과후 수업을 좀 더 알차게 만들고 싶어서, 체험학습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교육과정이 풍부했으면 해서, 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위원회 활동에 해당된다. 소위원회는 주로 담당 교사, 학부모, 운영위원으로 구성되므로, 원하는 소위원회에 지원하면 된다.

학부모들의 불만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부분도 소위원회 활동이다. 직접 참여하면서 학부모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교육관점을 만들어내면 좋겠다.


우선 방과후소위원회를 보자. 다양하고 재미난 방과후 수업이 많지만,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이 적절한 때인가, 올해 교육방향과 맞는가, 강사와 예산 등 운영이 가능한가 등을 살펴야 한다. 이는 학교의 교육목표와 방향성을 가장 잘 아는 운영위원이 확인해야 한다.

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방과후 담당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학부모들이 원해서 개설했지만 아이들이 모집되지 않아 폐강되는 것이다.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교사나 학부모가 반드시 개설해서 왜 이 강의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지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위원회에는 학생들도 참여하면 좋겠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방과후 수업은 초등 6학년 방학 때 중학 영어와 수학 입문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다. 초등 영어 수학과 중등 영어 수학은 완전히 다른 단계로의 진입이다. 그런데 이 공백을 공교육에서는 아무도 채워주지 않고 대부분 사교육에서 해결한다. 방과후 수업의 취지를 생각하면 반드시 있어야 할 수업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나도 교사’수업이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조금 더 잘하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거다. 작은 학교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학습적인 측면 외에도 다양하게 상상해보면 좋겠다. 예컨대, ‘게이머 vs 게이머’ 는 어떨까. 피씨방에 가는 아이들을 학교 전산실로 불러 모으는 것이다. 피씨방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깔아주고 신나게 할 수 있도록 한다. 학교에서 게임만 하면 민망할 테니 수학 문제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하는 것도 제안해보자. 아이들이 직접 게임 대회를 열고, 게임을 만들기도 하면 좋겠다. 봉사 동아리로 발전해서 마을축제를 게임으로 기획할 수도 있다. 왜 게임을 허락하느냐면 어차피 많은 아이들이 피씨방에 가기 때문이다. 차라리 학교 공간을 열어주면 훨씬 안전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단지 게임으로 끝나지 않게 다음 단계를 잘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

집짓기나 합창 등도 권하고 싶은 방과후 중의 하나이다. 진짜 집을 지으려면 수많은 수학적, 과학적, 예술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합창이 공동체성을 높이는 데 좋은 교육이라는 점은 누구나 안다. 작은 학교나 갈등이 있었던 학교에서는 꼭 시도해보았으면 한다. 작은 학교일수록 관계성이 밀접해서 아이들의 피로도가 높다. 이를 해소해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왕따 등의 정서적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체험학습 소위원회는 '프로그램'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전 기대효과와 사후 교육효과를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콧바람 쐬어주는 것 이상의 효과를 얻어내기 힘들다. 체험학습은 계획하는 순간부터 돌아와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또는 추억하는 순간까지 모두 다 학습의 일부이다.

모든 학습이 그렇겠지만, 몸으로 체험한 학습은 원래 계획한 교육목표보다 몸이 느끼는 피로도가 커서 불만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주로 학교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가는 순간, 수많은 스트레스가 느껴진다. 좋은 경험을 해놓고 힘들었던 것만 생각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가 그곳에 간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이루었는지 등을 살피고,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비교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힘든 과정에만 집중하느라 얻은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또 얻은 것이 크다고 해서 힘든 과정을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요하지도 말자.

기획 단계부터 모든 결정과정이 교육적이었는지 살핀다. 최고의 교육은 회의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스스로 기획하고 체험하고 돌아보기를 통해 후배들에게 필요한 조언과 인수인계까지 한다면 그보다 좋은 교육과정은 없을 것이다.


교육과정 소위원회는 말그대로 교육과정을 논의하는 곳이다. 대부분 교사들이 논의한 내용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으로 진행한다. 사실 교육과정 소위원회는 어디까지 학부모의 참여가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 기회를 빌어 학부모들이 진짜 공부를 하면 좋겠다. 자녀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진짜 내가 즐거워서 하는 공부 말이다. 진짜 새롭게 공부의 재미를 느껴보는 거다. 내 아이의 교과서와 관련 책으로 아이와 같이 공부하다보면,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아이는 절로 보고 배운다. 1년만 제대로 하면 공부습관을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

사느라 바쁘다는 말은 하지 말자. 아이들도 하루하루 바쁘다. 바쁜 와중에 틈을 내어 논다. 사실 이런 활동이 진짜 제대로 노는 거다. 드라마 보거나 술자리 갖는 것 보다 훨씬 재미난 놀이가 될 수 있다. 안 해보던 놀이라 시작이 두려울 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학부모회란 학부모 대표기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