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가 나누어야 할 교육 이야기1
얼마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모두를 행복하게 했던 장면이 있다. 검색해보니, 모두가 기뻐해 준 역전 금메달, 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영상이 뜬다. 뜬금없이 왜 올림픽 이야기인가 생각하겠지만, 여기에서 미래교육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올림픽이라는 곳에 나갈 정도면 아무리 인기 있는 종목이어도 최고의 선수들끼리는 서로를 잘 알 것이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동계 올림픽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인 스노보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말하자면 다 아는 사람들끼리 순위 싸움을 하는 거다. 그런데 그들이 경기를 끝내고 모두가 1등을 축하해주었다. 1등을 축하했다고 하기에는 좀 민망할 정도로 선수들 모두가 서로를 응원해주었다.
영상 앞부분에서 캐스터와 해설자는 그들이 순위가 바뀌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하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현재 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에 의해 메달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순위는 바뀌어도 우리는 메달권이야, 하며 기뻐하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가 서로를 얼싸안고 뛰는 장면을 보며 그제야 진짜 그들의 마음을 읽고 감동한다.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면서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들의 강강수월래를 보고 순수하게 ‘감동’만 했다. 그것이 주는 메시지를 읽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 거다. 그리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들은 하나의 팀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들은 순위 경쟁이 아니라 하나의 미션을 달성하려고 한 게 아닐까. 그 미션이란 그동안 준비한 걸 아쉬움 없이 뽐내보자, 작년에 못해낸 새로운 것을 올해는 해내자, 이 재미난 놀이를 멈추지 말고 계속해보자, 이런 게 아닐까. 상상을 하다 보니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가 점점 선명해졌다. 상대가 있기에 내가 있고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존재라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크나큰 자극이 되었다는 것, 상대가 이룬 것은 우리가 이루어내려는 바로 그것이라는 것.
세상은 변했고 이제는 학교에서처럼 순위를 매기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특히 개인의 순위는 더욱 중요하지 않다. 세상이 굴러가는 대부분의 것들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루어내고 있다. 회사에서도 팀으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따내고 완성시킨다. 개인 한둘이 잘해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것을 모두가 힘을 합해서 기어이 해낸다. 회사라는 것 자체가 그렇다. 각 부서가 다 같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 일이 성사된다. 국가도 그렇다. 국민 개개인이 잘난 것과 아무 상관없이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해야 멈추지 않고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 조금씩 전진한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진짜 우리를 이끌고 간 필수 노동자들이 누군지를 보라. 지구 전체를 봐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누구 말마따나 인재 한 명이 십만 명을 먹여 살리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세상은 지나갔다. 그럼에도 교육은 여전히 순위를 매기고 제일 꼭대기에 올라서는 것이 최고라고 가르친다.
물론 올림픽 정신,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의 극한 의지력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게 개인의 의지만으로도 가능했지만 이제 올림픽도 체육계도 완전히 시스템에 의지하고 있다. 순전히 개인의 능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협조자들이 온 마음을 모아 도와주어야 가능해졌다.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이제 학교도 달라져야 한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키워내는 게 진정 학교라면, 학교교육도 입시도 바뀌어야 한다. 순위에 따라 줄 세우기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을 함께 찾아내는 방식으로 교육의 방식, 교육의 목표, 그뿐 아니라 교육의 공간조차도 변화가 필요하다.
21세기 아이들을 20세기 교사가 19세기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이제 그만두자. 더 이상 19세기 학교와 20세기 교사를 탓하지 말고, 지금 우리가 22세기를 내다보는 미래교육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비전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우리가 감동하는 지점,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것에 있다.
아이들은 이미 그리로 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잘 따라가면 된다. 겁내지 말고 한 발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