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대 위
큐대가 앞뒤로 움직이는
카메라의 시선을 거슬러
허리를 굽히며 드러나는 엉덩이도 아니고
순백의 흰 바지
깨끗한 흰 옷에서
멈추어 마음 졸이며
오늘이 그날이 아니길
쓸데없는 걱정,
핀잔을 주지만
너는 좋겠다
해본 적 없는 걱정
몰라도 되는 불안
필요 없는 울화
큐대의 그녀 말고도
교실의 그녀부터
일터의 그녀까지
하얀 유니폼이라는 무신경
너희를 어쩌나
매일 그날이 아닐 수 없는데
폐경한 지 10년
이제 그것 없는
늙은 여자가
아직도 흰 바지의 안위를
그날이 무사하기를
그런 것도 타고나기를
대신 불평하고
대신 조마조마하고
대신 염려만이라도
대신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