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시
숨을 잔뜩 들이마시고 어깨 펴고 살았지
단단했고 탄탄했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갔어
주어진 내 길을 힘껏 달려갔지
함부로 방향을 바꾸지 않았어
빠르게 움직였어
많은 사람들이 같이 했거든
숨죽이는 격정의 순간도 있었고
하늘 높이 폭죽처럼 솟아오르기도 했어
모두의 숨소리로 가득 채운
텅 빈 공간
내어주고 받아서
가볍게 날아올라
기쁨과 함성이 나를 어루만져
팡팡 두들겨대던
손길마다 충분,
살이 터지고 날긋해져도
익숙해진 감촉이었어
뉘엿해진 해를 따라 조금씩,
그 자리에 머무르는 시간을 지나
허릿살 주름에
허술해진 손을 얹고
그마저 탄성을 잃었지
낡은 어둠 속에 얼굴을 묻고서
괜찮아
그저 긴 숨을 내뱉었을 뿐이야
푹신해졌잖아
그림자가 길게 포물선을 그리면
사그라든 만물의 뒷이야기가 시작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