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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Dec 28. 2022

어제와 같은 거짓말을 걷고

어쩌면 시


어제와 같은 거짓말을 걷고 

채광 좋은 사무실에 돌아와 

커피를 소리 내어 홀짝홀짝 마신다

30센티 자를 꺼내 책상 테두리에 선을 그었다

반듯한 네모 속에 내가 앉아있다     

저기, 이보세요

내 눈을 보세요

침을 꼴깍 삼킨들 

하릴없이 책상 위에 선을 그어본들 

하늘과 바람과 별을 말할 수 있나요

곧 있으면 블라인드 내린 회의실에 들어가 

여우 곰 고양이 늑대 토끼 새 쥐로 변할 거잖아요 

기고 뛰고 킁킁거리고 어슬렁거리며 숨어야 하잖아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저 누님 같은 표정으로 

꼬리를 잘라봤자 

어제와 같이 책상 테두리 선 밖을 나설 거잖아요     

아니 아니,

그것은 당신이 쓰는 문의 손잡이이고 찻잔의 받침대이며 신발의 깔창 같은 것일 뿐이에요

웃음에 반어법이 있다는 걸 나는 알아버렸는걸요     

참, 참, 참, 

참말에 고개 돌리는 게임처럼

틀리면 머리통 한 대 맞을 수만 있다면    


                          

*이제니 님의 ‘어제와 같은 거짓말을 걷고’를 차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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