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

어쩌면 시

by 천둥



서류뭉치 사이 더듬는 손에서 퇴근했다

전철 안에는 멀쩡해 보이는 손과 자지들이 거기를 훑고 있다

보이지 않는 척, 가득하다


번호키를 재빠르게, 현관 문 안으로 그림자 숨기고도

문이 잠겼습니다 띠리링, 소리가 나기까지

억만년이 흐른다

숨 고르는 불빛,

창문 밖 비척거리는 다리들이 가로등과 여전하다

딸깍,


쿠쿠의 시간으로 갈 테다, 위기도 절정도 없는

칙칙 칙칙

밥 되는 소리만

듣겠다,


내 시의 위기는 뜸 들이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고

내 시의 절정은 김 빼는 소리다

내 시에서만큼은 밥하는 소리만 소란스럽기로 한다

위기 위기 위기 위기의 시간을 딛고서야

겨우 유일한 안식

왜 안되냐고

기승전결 없는 기기기결이다


부르르르 푸르르르

뽀얀 쌀알 끓는 소리가 무단으로 힐끔거리던 눈알을 뽑아버리고

밥물 뜸 드는 냄새가 뱀 혓바닥처럼 씨부린 소름을 뜯어낸다

쿠쿠가 맛있는 백미밥을 완성하였습니다 쿠쿠!

30분 만이라도

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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