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되는 악의, 해가 되는 선의
그림이 된 한 문장
"도움이 되는 악의, 해가 되는 선의"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오자마자 창밖의 나무가 무참히 잘려나갔다. 차 위로 나뭇가지가 떨어져 흠집이 나고 새똥으로 뒤덮인다는 주민의 항의 때문이란다.
창밖을 가득 채운 느티나무의 자태 하나만 보고 그 집을 선택한 나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잔가지야 그렇다 쳐도 새가 많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민원거리가 되다니.
곧 여름이 오면 무성한 가지가 그늘이 되어 기온을 낮춰줄 거라는 설득은 먹히지 않았다. 집집마다 에어컨이 있는데 뭔 상관이냐며. 자신 덕분에 주차장이 깨끗해졌다는 거들먹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봄을 잃고 다가올 여름도 잃은 나는 선의라는 가면을 쓰고 행하는 악의가 떠오를 때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